어젯밤 친구 만나러 나갔던 딸이 현관에 들어오면서 '식소다'를 들고 짠, 하며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요리에 식소다를 넣는 적이 없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적 간식으로 간혹 달고나를 만들어주곤 했다. 학교 앞에서 만들어 판다는 달고나를 용돈이 적은 아이들이 사 먹지 못하고 구경만 하다 왔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집 앞 문구점 안에서 연탄 화로에 만들어 먹곤 했던 달고나가 시대를 지나오면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번에 딸이 식소다를 사 온 이유가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달고나 뜯는 장면이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비싼 가격에도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불티나게 팔려 유튜브에 만들기를 시도한 외국 분들의 영상이 많이 올라와 그걸 보다 만들고 싶어 졌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 하교 후 내가 퇴근하기 전 오빠들 먹성에 먹을 간식이 없어 딸이 달고나를 만들다 섬섬옥수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 흉터가 희미하게 남아 볼 때마다 달고나 만들던 고사리손을 떠올리며 미안해진다.
자려고 누울까 하는데 딸이 불렀다. 같이 달고나를 만들어 먹자는 것이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지금 먹는 건 다 살로 가겠다, 말했지만 오랜만에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게 좋아 백설탕과 국자를 꺼냈다. 딸이 종이 포일과 납작하게 누를 그릇을 꺼낸 뒤 설탕을 녹이고 식소다를 넣어 부풀렸다.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다. 아들까지 와서 나랑 둘이 먼저 시식을 했다. 소다가 덜 들어가 쓴 맛은 덜하고 단맛이 강한 대신 조금 딱딱했지만 맛이 좋았다. 사실 근처 카페에서 만들어진 달고나를 팔아 가끔 들러 사 와서 맛있게 먹곤 했다. 몸에는 안 좋겠지만 처음 깨물어 먹을 때 바삭이는 느낌과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세 개인가를 만들고는 힘들다며 국자를 나에게 넘겼다. 크게 만들 욕심으로 설탕을 좀 많이 넣었더니 겉은 타고 설탕은 잘 녹지 않아 국자를 박박 문질러 씻고 다시 설탕을 녹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녹았다. 소다를 넣고 부풀려 두 개를 만들었다. 딸은 그새 질렸다며 마지막 걸 포기했고, 아들이 이때다 하고 맛있게 먹었다.
야밤에 작은 추억을 하나 만들고, 인터넷으로 달고나 세트도 주문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달고나뿐 아니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와 같은 우리나라 전통 놀이가 들어있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의 인기로 옷을 비롯한 많은 아이템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처음 나왔을 때 아들이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 주말 동안 모두 보았는데 너무 끔찍한 장면이 많아 리뷰를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수업 중 아이들이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해서 청소년 관람 불가인 걸 어떻게 보았느냐, 물었더니 유튜브에서 간추린 걸 보았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알고 변주되는 이런 이야기를 만든 이들의 참신함이 정말 반짝반짝하다. 잔인한 장면들이 많지만 드라마 한 편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우리의 민속놀이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 한편으로는 기쁘다. 화요일에 달고나 세트가 오면 이번에는 제대로 누르고 모양도 찍어 조금씩 뜯어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