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적
3일 연휴 동안 영화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 컨디션이 안 좋아 계속 미루다 연휴 마지막 날 아침에 혼자 조조영화를 보고 왔다. 007과 이 영화 중 어느 것을 볼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기다리기 싫어 시간이 가장 빠른 <기적>을 사서 들어갔다. 아주 작은 상영관에 반 정도 되는 분들이 함께 관람했다.
영화 보기 전에 잘 찾아보지 않아 어떤 내용일지 혼자 나름대로 짐작해 보았다. 여기서의 기적은 기차가 울리는 기적인가, 아니면 어떤 이에게 일어난 기적인가? 둘 다를 내포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의 얼굴이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고, 오랜만에 듣는 나의 모국어 경상도 사투리에 급격히 영화에 몰입이 되었다.
사실 첫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과거에 이런 마을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차가 다니지 않고, 기찻길은 있으나 기차가 멈추지 않는 작은 마을. 이런 곳에서도 순박한 사람들이 정을 나누고, 아이들은 꿈을 키우며 살아간다. 수십 번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 기차가 잠시 쉬어가기를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던 준경은 고등학생이 되어 상큼 발랄한 친구 라희를 만난다. 기차를 운전하시는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만 오시지만 누나 보경은 항상 준경의 곁을 지킨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머리 좋은 준경의 재능을 알아본 물리선생님은 준경에게 엄청난 제의를 하고, 소박하기만 했던 준경의 삶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다 웃다 했다. 손수건도, 휴지도 없어 카디건 소매로 연신 눈물 콧물을 훔쳤지만 중간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다 생신이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를 부모님께도 권해드렸다. 혹시라도 안 보실까 봐 예매를 해 드렸고, 영화관까지 무사히 잘 도착하셨는지 계속 전화했다. 보고 나오신 어머니께서 슬프지만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를 덕분에 잘 봤다고 메시지를 주셨다. 부모님과 같은 영화를 보고 추억의 한 페이지를 공유한 것 같아 더 의미 깊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