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건지감자껍질파이북클럽
동명의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사 둔 적이 있었다. 중고책이었는데 내 책장에 한동안 계속 꽂혀 있었다.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아 중고책으로 다시 팔았었다.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이 영화를 발견했다. 읽지 않고 되판 책이 어떤 내용일지 갑자기 궁금해져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책 읽는 모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인가 했는데 보다 넓은 의미를 담은 영화였다. 제국주의로 땅을 넓히던 나라들에 점령당한 곳의 역사가 숨어있었다. 독일이 영국인들의 피한지인 건지 섬을 점령했던 시기 동안 재산을 뺏기고 먹을 것도 제대로 없이 숨죽이며 살고 있었던 그곳 사람들은 숨겨두었던 돼지를 한 마리 잡고 각자 가져온 먹거리와 술로 잔치를 벌인다. 통금시간을 넘기고 돌아가는 길에 독일군에 발견된 이들은 모임 이름을 즉흥적으로 짓고, 이후 독일인의 오해를 막기 위해 실제로 독서 모임을 갖는다. 이것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시작이다.
이 영화에는 그뿐 아니라 여류작가가 한 명 등장하는데 초판의 외면에도 다시 책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이후 그녀는 새로운 집필을 위해 건지 섬을 찾는다. 활짝 펼쳐진 미래를 약속하는 한 남자의 약혼을 받아들이고 가는 길이었지만 아직 약혼반지는 너무 부담스럽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담백한 인연.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 방문했던 거제 지심도의 일제 점령 당시 설치했던 탄약고와 기관포 자리가 떠올랐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건지 섬에도 가보고 싶다는 새로운 소망이 생겼다. 아울러 팔았던 동명의 책을 중고로 다시 구입했다. 책과 영화는 또 어떻게 다를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