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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Nov 07. 2021

인간에 대한 연민

법정의 얼굴들

  판사의 책은 처음 읽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고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겠다고 했다. 이름만 보고 여성인가 했더니 남자분이셨다. 바쁘기로는 다른 직업 저리 가라일 텐데 벌서 두 번째 책이라니 정말 대단해 보였다. 판사는 어느 직업보다 글을 많이 쓴다는 것을 책의 말미에 적힌 글쓰기 내용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간 쓴 판결문만 합해도 어마어마한데 오타 하나도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에게 책잡힐 거리가 되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중요하고도 스트레스받을만한 일인 것이다. 게다가 늘 접하는 것이 살인사건이나 강력 범죄, 혹은 청소년 범죄, 아동학대와 같은 중범죄였으니 좋은 생각만 하며 살아도 힘든 세상에서 정말 어려운 일을 하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판사님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너무 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마음을 돌이킬 수 있도록 설득하고 심지어 돈을 껴서 주기까지 했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동료 판사가 청소년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 책에 나오는 적나라한 범죄 상황을 접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범죄의 최종 판결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별 일이 다 일어나기도 한다. 별의별 사람들을 보며 웃지 못할 상황이 얼마나 많았을까?


  책의 첫 부분이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어 소설인가 했는데 그 뒤는 대부분 그간 있었던 사건들과 영화나 책을 접하며 생각한 것들을 적어 내려가는 에세이 형식이었다. 내용 중 우리가 모두 알만한 유명한 사건도 등장한다.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참 고단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판사의 인간애를 책 전반에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 바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한다. 사람을 존중해야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학생을 존중해야 교육이 바로설 수 있듯 판사에게도 인간에 대한 연민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할 수 있었다.


  판사의 일 중 가장 힘든 것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인력 부족과 재정적 한계 상황을 접하며 도울 수 있음에도 돕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정말 안타까울 것 같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지 않도록 예산과 인력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원래 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직업군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새로운 충격과 함께 에너지를 주었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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