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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16. 2021

고통을 바라보는 자세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자주 가는 온라인 책방에서 이 책의 광고를 처음 보았다. 서점에서도 눈에 띄기 쉬운 곳에 있었다. 마케팅을 잘 한 책이다. 읽고는 싶었지만 버티다가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하고 얼른 데리고 왔다. 그동안 허지웅님의 책을 두세 권 읽은 것 같다. 하나는 조금 낯뜨겁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솔직한 면이 마음에 들었다.


  불행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의 얼굴 표정은 언제 봐도 어둡다. 원래 TV를 잘 보지 않고 영상도 찾아보지 않아서인지 대부분은 책으로 만나긴 했지만 사진 속 그의 얼굴은 웃음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안쓰러운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힘들었던 과거의 경험들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글을 쓰며 극복해낸 이야기가 멋지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좀 편하게 지내나 했더니 이 책을 통해 그의 힘들었던 투병 생활에 대해 알게 되어 또 한 번 안타까웠다. 지금은 완쾌되었다니 무엇보다 다행이고, 절대 재발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책과 영화를 많이 접한 그의 글에는 그간 읽은 책에서 뽑아낸 철학의 정수가 녹아있는 느낌이다.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그의 문체가 매력 있다. 누구보다도 솔직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괴물을 사랑하고, 우리나라 과거 공포영화를 심도 있게 파헤치며, 지금은 떠났지만 아직 뿌리깊게 남아있는 신앙과 이제는 젊은이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는 그의 여유가 책에서 종합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책들에서보다 조금 더해진 부분이 바로 마지막 부분이다. 죽음의 문턱에까지 갔던 그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탓하는 대신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기고 싶어한다. 앞으로 그가 쓸 글들에는 아마도 그 부분이 더 많이 담기겠지.


  책을 읽으며 나와는 다른 그의 취향을 접하고,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있구나, 했다. 책을 통해 저자를 만나는 이런 방식이 편리하고도 직접적인 것 같다. 실제의 삶에서 찾을 수 없었던 권위있는 어른을 책으로 만났다는 그의 말처럼 나도 책을 통해 돌아가신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감사했다. 저자와 닮은 점도 있다. 종이책 만지는 느낌을 좋아하고, 영화 보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영화는 허구의 삶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나에게 세상과 나를 보는 하나의 창이다.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수많은 불행과 아픔을 간직한 저자가 고통을 바라보는 자세를 말하는 부분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철저히 경험하고 썼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저자가 불행보다 행복한 일을 더 많이 겪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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