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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13. 2021

좋아하는 물건만 있는 편안한 집

좋아하는 곳에서 살고 있나요? (최고요)

  하얀 표지에 최소한의 선을 이용한 그림, 그리고 작은 제목. 이 책이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제목이다.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나에게 하는 질문 같았다. 나는 작년에 잠깐 전원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들썩이다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늘 마당이 있는 집을 꿈꾼다. TV에 가끔 나오는 제주의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전원주택은 정말 침을 흘리게 한다.


  8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요즘 들어 이사 안 가고 오래 산 건 이 집이 처음)는 편리함으로는 최고이지만 늘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로망을 갖고 산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전원에 가면 편리하고 따뜻한 아파트가 그립고, 아파트 사람들은 전원을 꿈꾸기도 하고,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은 언제든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월세이든 전세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살고 싶은 곳으로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집은 꾸미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어렸을 때 예쁜 집에서 살았던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독립하면서부터 옥탑방 월세, 주택 월세를 옮겨 다니는 동안 자기 집이 아닌데도 예쁘게 바꾸어 가며 살았다. 바닥 장판을 들어내곤 페인트칠을 하고, 타일을 잘라 붙이고, 방문에 페인트칠을 하고, 욕조까지 페인트칠 하며 여러 실험들을 했다. 그 모든 시간들은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지금은 공간디렉터로 공간디자인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가 디자인한 카페들이 정말 독특하고 예쁘다. 붙박이장을 직접 디자인한 경험이 있고, 가구 옮기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 속 사진들만 보아도 마음이 설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최고급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네 칸짜리 공간박스 두 개를 씽크대 상판으로 사용했다는 건 정말 놀라웠다. 그동안 읽은 버리는 일에 관한 책들에 비해 이 책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중한 물건들의 컬렉션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물건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다. 반대로 아무 의미 없는 물건들은 없애는 것이 좋다. 홍보용 물품들은 다른 이에게 기증하거나 버리기도 하고, 주워 온 물건이라도 잘 가꾸어 알차게 사용하면 명품 부럽지 않다.


  이 책을 빌려와서인지 모르지만 명절 연휴 동안 집 대청소를 했다. 베이킹 소다로 씽크대를 박박 닦은 일부터 시작해 욕실로, 바닥 청소로, 가구 이동으로 옮아갔다. 조금만 손 대어도 새로운 기분이 든다. 우리 집 역시 비싼 물건이 없다. 책상 대부분은 중고 물품이거나 사서 조립하였고, 소파도 가죽이긴 하지만 저렴하고, 책장은 아이들이 쓰던 키 작은 원목 책꽂이와 공간박스를 이용했다. 식탁은 상판이 긁힌 자국마저도 멋진 원목이고, 액자들은 대부분 받은 것이고 그나마도 수가 적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읽은 다음부터는 거의 물건을 들이지 않은 것 같다. 그릇도 모두 오래 된 것이거나 중고이다. 그런데 물건이 적어서 불편하기보다는 오히려 신경 쓸 것 없어 마음이 편하다. 대신 지금 보니 가구들 대부분이 흰색, 원목, 그리고 검정으로 통일이 되어 있다. 마음속에 로망하던 인테리어 스타일이었나 보다. 저자의 말처럼 어떤 물건을 배치할 때 메인 컬러를 정하고, 색감을 잘 따져보는 일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창가에서도, 등이 뜨끈한 흔들의자에서도, 침대에서도, 식탁에서도 책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우리 집이 좋다. 내가 숨쉬는 곳을 좋아하는 공간으로 가꾸는 일,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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