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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16. 2021

책을 여는 기쁨

새벽예찬 (장석주)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시인의 시집은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시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시골 마을에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그간 읽은 책들이 그에게 자양분이 되어 어렵지 않은 말들로 맛깔나게 산문들을 썼다. 이 책은 오래 전 도서관에서 빌려 재미나게 읽고 사 두었던 것이다.


  2007년 초판 발행되었으니 벌써 12년이 훨씬 지났다. 안성 수졸재에서 혼자 지내던 시인은 얼마 전 제자이기도 했던 시인과 25년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혼자서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함께도 잘 산다는 옛 말이 생각난다. 이 책이 쓰일 당시에 그는 혼자서도 정말 재미있게 잘 지냈다. 곳곳에 ‘두브’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누군가가 등장해 궁금해 했는데 마지막 저자의 말에서 ‘젊은 벗이여, 나는 당신을 두브라고 호명한다’라고 하여 익명의 독자를 향한 것임을 밝힌다. 시인의 글이어서 글 전체가 시인 것처럼 달콤하고 찐득한 감칠맛이 있다. 인공향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의 맛이다.


  책 제목이 새벽예찬인데 이것은 여름부터 봄까지 사계절로 나뉜 장들 중 가을이야기의 한 꼭지의 제목이기도 하다. 새벽에 일터로 나가던 우리 조상들처럼 시인도 새벽에 일어나 마당 건너 서재로 가 서양 고전음악을 틀고 작설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새벽에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다시 새벽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


  책을 읽다 보면 수졸재 같은 시골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멀리서 오는 반가운 손님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호젓한 여유를 즐긴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책을 놓지 않는 시인. 걸으면서 생각을 곱씹어 하루 종일 시를 썼다 지웠다 하는 그의 삶이 무척이나 부럽다. 수졸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검색하니 그곳의 내외부 사진들이 쏟아진다. 조립식처럼 보이는 담백한 집이다. 내부는 도서관 같이 서가가 늘어서 있다. 좁은 집에 책 늘어나는 게 무서워 정기적으로 책을 팔거나 버리는 저에게 참 탐나는 개인도서관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낙으로 평생을 살아온 시인의 삶이 한결같다. 바위 같은 그의 꾸준함은 60권이 넘는 책들을 쓰게 했고,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했다. 책에서 앎을 구하기보다는 책 읽는 자체가 기쁨이었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는 기쁨을 알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펼치게 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그의 삶의 자세를 본받고 싶다.



* 목소리 리뷰 *

https://www.podty.me/episode/1531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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