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중에 반 아이 한 명이 복도에서 나를 보고 달려와 친구 한 명이 더 머리를 밀었다고 이야기했다. 교실에 들어가 보니 머리를 아주 시원하게 깎은 친구가 있었다. 3밀리미터 정도로 보이는 머리 길이에 놀랐긴 했지만 웃고 있는 아이를 보니 너무 귀여워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사실 이 사건의 발단은 모둠별 졸업 영상 촬영을 계획할 때부터이다. 처음부터 영상을 거창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콘셉트를 정해서 재미있게 만들어보면 좋겠다며 예를 든 것이 교장선생님 퇴임하실 때 6학년 선생님들이 군복을 입고 거수경례를 하며 축하 영상을 만든 일화였다. 그 말을 듣고 한 모둠이 군복 촬영을 하기로 계획했고, 그 모둠 남자아이들이 이왕 찍는 것 진짜 군대 가는 것처럼 머리를 밀기로 하고 주말 동안 만나 자르고 온 것이다. 정작 촬영 때는 모자를 써서 짧은 머리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동안 우리 반 아이들은 둘을 보며 즐거워했고, 만져보고 싶어 했다. 그 친구들을 보며 자신도 깎아보고 싶었나 보다. 덕분에 반 아이들과 한참 웃었다. 다음 주에도 누군가가 머리를 짧게 깎고 올까? 정말 궁금하다. 추운 날씨에 머리가 시리진 않을지 걱정도 된다.
이제 졸업까지 20일 남짓 남았다. 반 아이들이 칠판에 남은 날을 적고 있다. 올해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학급 일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니또나 체육대회와 같은 중요한 학급 행사를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정말 대견하다. 수학 공부에 불이 붙어 문제를 더 풀고 싶다며 자율적으로 남아 공부하고 가는 친구들도 있다. 무엇보다 서로 사이좋게 지낸 덕분에 행복한 한 해였는데 그건 아마도 서로 존중하는 문화 덕분이 아닐까 한다. 내가 먼저 아이들을 부를 때 ‘--님’하고 경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품성이 순하고 착한 아이들이라 서로 나쁜 말 한 번 하지 않고 지낸 것 같다. 물론 작은 오해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었지만 다툼 없이 모두 잘 해결되었다. 항상 협조해 주시는 부모님들께도 정말 감사하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서로 사랑하고, 공부도 잘하는 꿈나(꿈꾸는 나무) 2기, 뽀로로반(졸업식 날 눈물 나는 졸업가 후 뽀로로 주제곡을 부르겠다는 순수함 가득한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졸업 후에도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졸업식 날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그리고 졸업식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길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