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졸업식

by Kelly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아이들과의 한 해, 정말 바빴던 학기말이었다. 졸업 전 준비할 것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작년에 하지 않던 일들이 올해 많이 있기도 했다. 등교중지 서류도 많고, 학생부 사진도 앨범 업체에서 준 걸로 입력했다가 증명사진이어야 한다고 해서 며칠 남겨두고 내가 다시 찍어야 했다. 다른 서류 작업들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 욕심에 아이들 영상과 작품, 그리고 문집, 롤링페이퍼 같은 것들을 마지막까지 모으고 편집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걸 하고 싶었던 이유는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 해 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정신적 은혜가 많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지와 존경을 이렇게 받은 해가 있었나 싶도록 항상 나를 좋아해 주었고, 아이들끼리도 너무 끈끈했다. 생각해 보니 스스로도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졸업식 전날 휴직과 전담 교사로 헤어질 선생님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연구실 정리가 길어지는 바람에 졸업 전날 하려고 했던 많은 일들을 중간에 두고 가야 할 입장이었다. 아이들 롤링페이퍼에 다 적지 못했고, 졸업식 발표자료도 손을 봐야 했고, 아이들 종이가방에 선물과 상장, 롤링페이퍼와 방학 계획서도 넣어야 했다. 아마 약속이 없었다면 마무리하고 늦게 퇴근했을 텐데 너무 중요한 약속이어서 모든 걸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고 저녁을 먹으며 그간의 어려움과 즐거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졸업식 날 아침 일찍 챙겨 출근했다. 다행히 우리 반은 졸업식이 11시여서(코로나로 반별로 시차를 두어 졸업식을 진행했다) 여유가 있긴 했는데 중간에 포토존을 설치하러 내려가야 해서 롤링페이퍼부터 열심히 썼다. 발표자료 편집을 하다가 선생님들과 운동장 곳곳에 포토존을 설치하고 오니 한 명이 벌써 와 있었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리고 늘 사랑한다고 말하는 예쁜 아이였다.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롤링페이퍼(칸을 나누어 이름을 적어 두었더니 누가 빠진 것인지 알기가 쉬웠다)를 돌돌 말고 종이로 띠를 만들어 두른 다음 종이가방에 넣었다. 상장과 문집, 그리고 방학 계획서를 파일에 담아 함께 넣었다. 발표자료도 어느 정도 끝났다. 아이들이 속속 들어오고 마지막이라 상기된 아이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하며 돌아다녔다. 친구들에게 나눠 주겠다며 젤리를 가져온 친구가 있어 종이 가방에 함께 넣었다.


시간이 되어 가 아이들을 앉히고 줌을 연결했다. 부모님은 줌으로만 참석하기로 했는데 접속하고 얼마 안 있어 열 다섯 분 정도 참여하셨고, 나중에 보니 서른 분이 넘게 들어오셨다. 식 시작 전 10분 동안 아이들의 작품과 그간의 사진을 모은 영상을 틀었다가 바로 식이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평소보다 조용히 참여했다. 졸업장을 한 명씩 나와서 받게 했는데 카메라 방향을 조정해 부모님들이 보실 수 있도록 했다. 연습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줄을 서서 받았다.


졸업식의 백미, 아이들이 만든 영상 상영이 시작되었다. 일곱 모둠이 만든 걸 모두 합치니 16분 정도의 길이가 되었는데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다. 필요하다는 물건만 준비해 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대본 쓰고, 촬영하고, 편집한 순수 아이들 작품이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감동적이어서 아이들 스스로도, 부모님도 대견하고 뿌듯한 느낌이었을 것 같다. 나중에 못 보시거나 다시 보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학급 알림장 어플 앨범에도 올려드렸다.


아이들의 인사와 부모님의 축하 인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교가를 힘차게 부른 후 식이 끝났다. 종이가방을 하나씩 나누어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내려가 운동장에서 기다리실 부모님과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가지 않고 삼삼오오 사진을 찍다 갑자기 한 명이 나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니 줄을 서서 셀카로 한 명씩 같이 사진을 함께 찍었다. 부모님들이 많이 기다리실 것 같아 아이들과 계단까지 같이 내려가 배웅을 하고 돌아와 먼저 끝난 학년 선생님들과 연구실을 마저 정리하고 도시락을 먹었다. 사실 내려가 부모님들을 만나 인사하고 아이들과도 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기도 했다. 교실에 부모님들이 오셨다면 만나 뵈었을 텐데 코로나로 못 오신 게 안타까웠다.


나중에 들으니 우리 반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포토존에 남아 한 명씩 서로를 가운데 세우고 앉은 자세로 손을 뻗어 축복하는 사진들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고 한다. 큰 싸움 한 번 없이 보낸 한 해. 코로나 와중에 아무도 걸리지 않고 건강히 보낸 것도 정말 감사하다. 서로를 챙기고, 위하며, 사랑한 올해 아이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내년에도 같은 교실에서 6학년을 또 하기로 했다.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사랑을 나누는 학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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