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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an 17. 2022

음악으로 가득한 하루

안수경 바이올린 리사이틀

  바이올린 독주회를 예약해 두었는데 아침에 대학원 선배 언니와 그전에 만나기로 갑자기 약속을 했다. 시간 되는 후배 한 명과 같이 광화문에서 만나 오랜만에 왕수다를 떨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바이올린을 늦게 시작한 분들이라 우리는 만났다 하면 할 말이 무척이나 많다. 두 분은 학부 때 피아노를 하셔서 피아노 학원을 하며 바이올린 레슨도 같이 하고 있다. 바쁜 중이지만 다음 학기 연주회를 하기로 계획을 세우면서 설레는 대화를 나누었다. 코로나로 거의 2년 동안은 모이지 못했던 터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긴 하다. 각자 바쁘지만 잘 준비해서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다시 커피를 먹다가 독주회에 가야 해서 먼저 일어나느라 죄송한 마음이었다. 우리의 모임은 항상 아쉽다.


  이번 독주회는 사실 생상의 론도와 카프리치오소를 듣기 위함이어서 프로코피에프와 라벨의 소나타에 대한 기대는 크게 갖지 않긴 했다. 그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무척이나 난해하고 생소했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1부 프로코피에프 소나타를 들으며 졸기까지 했다. 고개를 자꾸 떨구는 나를 보며 뒤에 앉은 분이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미션 후 라벨의 곡부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들었다. 이 곡 역시 생소하긴 했지만 영화음악 같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어려운 곡들을 자유자재로 연주하시는 걸 보니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망의 생상 곡. 역시 너무 잘하셨고, 빠른 부분은 손가락이 날아다니는 듯했다. 나는 저 속도로는 못할 것 같았지만 셈여림이나 표현을 조금이나마 학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으로 갔던 세종문화회관. 다행히 돌아오는 버스가 바로 연결되어 많이 기다리지 않아 편하게 왔다. 음악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또 열심히 연습할 힘을 얻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연주 관람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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