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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06. 2022

우리끼리 멋진 연주회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항상 기다려지고 즐겁다. 바이올린 동아리 분들과 2월 우리끼리 연주회 계획을 세워 놓고, 이번에 대곡을 한 번 해 보리라 하며 생상의 론도와 카프리치오소를 연습했다. 다음 학기 졸업연주회 곡이기도 해 미리 매 맞는 심정으로 그 곡을 연주 순서에 올려놓고 연습하면서 후회하기도 했다. 듣기에는 쉬워 보이는데 속도 빠른 부분이 너무 어려웠고, 도저히 그 속도는 안 되어 그 부분만 느리게 하려니 오늘 처음 맞춰본 피아노와 안 맞아서 중간에 쉬었다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 과정과 연주가 재미있었다. 


  사실 이 곡은 오래전 잠깐 읽어보고 아직 레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손가락 번호만 적어둔 정도여서 혼자 버벅거리며 연습을 했는데 8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곡이 길어 까다로운 부분들까지 디테일하게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긴 했다. 바흐 투바이올린 3악장도 하기로 해서 두 곡을 함께 연습하려니 더 시간이 부족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정한 속도로 쭉 가는 바흐 곡은 메트로놈이라도 틀고 연습하면 되는데 생상 곡은 중간에 속도 변화가 워낙 많고 빠른 부분이 있어 연습이 쉽지 않았다.


  바흐 곡은 그런대로 잘했고, 다 같이 연주한 재즈풍 캐논도 쉬웠는데 생상 곡 할 때 긴장했는지 오는 길에 몸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설 지나고 이삼일 동안은 거의 바이올린 연습에 매달렸었다. 하루하루 나아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완벽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좋은 성장의 기회였다고 믿는다. 여름 연주 때는 외워서 생상 곡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그때는 정말 멋지게 연주해야지.


  내 연주도 연주지만 다른 분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는 건 정말 큰 기쁨이었다. 다들 바쁜 중에 연습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못 할 인고의 시간을 우리는 정말 즐겁게 견딘다. 못 말리는 사람들이다. 작은 성장에 기뻐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이 모임이 너무 좋다. 멤버 중 공교롭게 2월 생일이 나 포함 네 명이나 된다. 한 분이 생일 케이크를 가져오시고 다른 분은 좋은 선물(바이올린 e현과 보면대 부착용 자석 연필)도 주셨다. 맛난 초콜릿과 땅콩을 먹으며 커피도 마셨다. 리허설하고 먹고 연주하다 보니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싶게 하루가 다 갔다. 아쉽지만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서로의 자리로 돌아갔다. 모두들 건강히 즐겁게 연습하여 다음에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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