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상봉
작년 10월 초 아들이 공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어릴 적 꿈이 군인이었던 아이여서 여러 단계를 거쳐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감사한 마음에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3개월의 훈련을 마친 임관식 날 코로나로 참관을 하지 못하고 유튜브 중계로 보았었다. 특기대로 배치를 받기 위한 새로운 훈련 중인 아들이 있는 진주에 다녀왔다. 임관을 해 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대 근처에서 만난 것이다.
사실 진주는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이다. 친구들과 자주 걷던 진주성이 아직 그대로일지 궁금해 이왕 가는 김에 하루 전날 가서 촉석루와 진주성을 걸어보기로 했다. 남편이 백신을 맞은 다음 날이어서 컨디션이 나쁘면 취소할 요량으로 기차와 호텔을 예약했는데 다행히 몸이 괜찮아 출발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간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는 시간, 너무나 설레었다. 예전에는 갈아타야 했던 KTX가 진주역사를 옮기면서 진주까지 한 번에 가니 정말 편리했다. 읽고 싶은 책을 두 권 챙겼는데 한 권을 거의 다 읽을 정도로 쾌적하고 편안했다.
진주에 도착하니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간편한 차림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미리 검색을 했는데 생각보다 음식점이 많지 않아 직접 걸어 다니다 괜찮은 곳이 있으면 들어가기로 했다. 그 옛날 번창했던 그 동네는 문 닫힌 곳이 더 많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금요일 저녁 6시인데도 말이다. 마음이 아팠다. 문산이나 계양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생기면서 인구가 많이 빠져나간 모양이다. 우연히 들어간 생선구이집에서 인심 좋은 주인 분께 맛난 저녁을 대접받고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 아름다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챙긴 다음 7시가 조금 넘어 조식을 먹고, 강변을 따라 걸었다. 강과 다리, 그리고 넓은 하늘 덕분에 어디를 찍어도 그림 같았다. 진주성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니 오랜만에 보는 촉석루가 우리를 반겼다. 높지 않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진주성 길은 운치 있고 여유로웠는데 오래전에는 없었던 형형색색의 조형물들이 있어 조금은 낯선 느낌도 있었다. 작년 개천예술제 연등행사 이후 떼지 않았는지 나무에 달린 등이 너무 멋있었다. 조금 쌀쌀한 날씨여서 사진 찍느라 핸드폰을 들고 다녔더니 손이 시렸다. 중간에 도로로 빠져나와 운석 빵을 파는 카페에서 몸을 녹였는데 운석 빵을 아직 굽기 전이라 못 산 게 아쉬웠다.
호텔에 돌아와 짐을 챙긴 후 아들을 만나기로 한 충무공동에 갔다. 택시로 간단히 움직일 수 있는 거리여서 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이 너무 늠름하게 서 있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아이와 함께 쇼핑몰에 가 충전기와 텀블러 등을 산 후 이른 점심을 먹었다. 이야기하느라 바빠 음식 맛을 느낄 새가 없었다. 말이 없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씩씩하게 대화도 잘했다.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뭉클해서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어제 나왔다는 국방부 공무원증을 보니 임관한 게 실감이 났다. 한참을 이야기 나누며 밥을 먹고 나와 함께 영화도 보고 다시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만났던 곳으로 가서 또 이른 저녁을 먹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에 만날 기약을 하며 헤어졌다.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곳이지만 진주성과 큰 병원, 문화예술회관 외에는 거의 기억나는 게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은 그대로였다. 한강이랑은 또 다른 느낌의 그곳을 앞으로 또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원래 그곳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었는데 친구의 시부모님이 집에 다녀가시는 바람에 못 만났다. 하지만 추억이 서린 곳에서 오랜만에 아들을 만나 짧지만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