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우체국에 우편물을 보내러 들렀다가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어제 인문학 모임을 했는데 한 분이 올해 일을 쉬기로 했고, 뜨개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며 재작년에 열심히 뜨느라 실을 잔뜩 사놓고 자리만 차지하던 게 생각나 혹시 얇은 면사도 쓰시면 드리겠다고 했다. 무의미하게 버리는 것보다 누구라도 쓰면 좋겠다 싶었던 터라 서로에게 잘 된 일이었다.
실들과 재밌게 읽었던 책도 한 권 챙겨 우체국에서 박스 포장을 해 주소를 적고 차례를 기다려 접수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계좌이체로 우편물을 보낼 수 있나요?”
“안됩니다.” 직원이 말했다.
지갑을 안 가져온 모양이었다. 나도 배 엄청 고팠던 날 햄버거 사러 갔다가 지갑 놓고 와서 낭패 본 경험이 있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조금 있으니,
“카카오톡 송금으로도 못 보내지요?” 하고 다시 물었다.
“네. 안 됩니다.”
우체국을 나가며 아쉽게 돌아서는 그분을 살짝 불렀다.
“제 카드로 보내세요.”
그분이 놀라며 정말이냐고 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어 그 맘 이해한다고 걱정 말고 쓰시라고 했다. 너무 고맙다며 카드를 받아 차로 가더니 큰 아이스박스 두 개를 들고 오셨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계좌로 보내시겠다고, 바쁘실 텐데 시간 뺏어 죄송하다고 했다. 오늘따라 시간이 넉넉하니 걱정 말라고 했다.
기다리는 분들이 있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나오면서 카드를 주시고 바로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번호를 알려드리고 차에 타는데 그분이 카톡으로 커피 쿠폰이라도 보내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저도 언젠가는 다른 분께 도움 받게 되겠지요.” 하고 말씀드렸다. 집이 얼마나 먼지는 모르지만 지갑을 가지러 가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은 게 내 일이 아닌데도 다행스럽게 느껴지고 기분이 몹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