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사무원

by Kelly

처음으로 투표사무원에 자원했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연락이 없어 신청이 안 된 줄 알았더니 공문에 이름이 적혀 왔다. 이틀 앞두고 전화가 왔는데 6시-6시 근무가 아니고 5-7시 반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확진자 투표 때는 다른 분이 오시나 했는데 우리가 하는 것이었다. 12시간도 쉽지 않아 보였는데 시간이 는 것과 방호복은 입겠지만 확진자 분들을 대면하는 게 조금 걱정되긴 했다. 사실 딸이 얼마 전 확진되어 사전선거 확진자 투표를 하고 왔는데 금방 끝날 줄 알고 얇게 입고 갔다가 추워서 고생해 이번 확진자 투표 때는 최대한 배려를 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새벽 4시가 조금 지나 일어나 챙겨 5시에 학교 체육관에 도착했다. 바로 일당을 주셨다. 선관위 분은 다녀 가셨는데 나는 보지 못했고 구청과 주민센터 직원과 교사 세 명 그리고 아르바이트 분들이었고 참관인 분들이 오셨다. 안내사항을 듣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온풍기를 틀었는데도 문을 활짝 열어 두어 많이 추웠다. 남편 덕에 목도리를 한 게 다행이었다. 핫팩을 주셔서 다른 데는 괜찮은데 발이 시렸다.

6시 되기 전에 이미 줄을 서 계신 걸 보았는데 그게 끊이질 않았다. 나는 같은 학교 선생님과 서명받는 일을 했는데 계속 말을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목이 아파 왔다. 나중에 차에 있던 홀스를 가져와 먹으면서 하니 조금 나았다. 언제 시간이 지났는지 8시가 다 되어 우리는 교대로 김밥을 먹으러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커피를 먹으니 몸도 마음도 녹는 느낌이었다. 다시 정신없이 유권자 분들을 맞았다. 젊은 친구들도 어르신도 아이를 동반한 부모님도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고 와서 기다리시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교대로 근처 중국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혼자 있으니 더 정신없이 바빴다. 밥 먹으러 간 동안에도 긴 줄을 보면서 숟갈질을 재촉했다. 오후 시간은 오전보다는 조금 인원이 적었다. 아침 6시부터 8시경이 가장 바빴던 것 같다. 4시를 넘기니 더 뜸해졌고, 마감 시간이 될수록 거의 없었다. 우리는 5시 30분쯤 방호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잠시만 입어도 불편한 것을 어떻게 근무 내내 입고 지내시는지 의사와 간호사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확진자 투표 시간 전에 줄을 서 계셨는데 시작하고 20분쯤 지나자 아주 띄엄띄엄 오시더니 7시 전후로는 거의 오지 않았다. 사전투표 때 다들 하신 것인지 아파서 못 오신 것인지 궁금했다. 마감 시간이 임박해 한 분이 오시는 바람에 주섬주섬 정리하던 우리는 다시 명부를 꺼내 들었다. 마감을 하고 정리까지 마치고 집에 와서 씻으니 9시였다. 허겁지겁 저녁을 먹으니 졸음이 몰려왔다.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다. 신분증을 놓고 오시거나 투표소를 잘못 찾아오신 분도 있었지만 등재번호를 외워 오신 분들도 많았고, 투표소 사정을 묻는 등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있었다. 선거인 명부에 빈칸이 적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투표를 하시는 것을 보고 국민의 관심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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