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수반

by Kelly

마음이 너무 잘 맞는 아이들과 환상적인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면서 걱정이 앞섰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무엇이든 열심히 했던 아이들과 새로 맡게 될 아이들은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 궁금했다. 2월 후반부를 새 학년 준비와 교실 정리로 보내고 삼일절 밤, 새벽까지 설레는 마음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새 학기 첫날 세 명의 학생이 학교에 오지 못했다. 가족이나 본인 확진으로 인함이다. 다른 반도 마찬가지였다. 한 명씩 인사하고 번호를 알려주고 자리에 앉았다. 미리 이름을 써 둔 교과서를 책상에 올려둔 채 어색한 표정으로 아침자습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9시가 되어 내 소개와 학급 안내를 하고, 6학년 공통 규칙을 설명할 때 52개의 눈이 반짝반짝하며 쳐다보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시끌벅적했던 터라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정성 어린 경청에 말이 청산유수로 흘러나왔다.


세 번째 시간부터 눈치게임을 하며 아이들의 웃음이 터졌다. 쉬는 시간 동안 처음 보는 친구들과 적어도 둘 이상 만나 서로 인사하라고 했더니 그제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쨌든 첫날이라 그렇긴 했겠지만 무척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의 선한 눈빛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둘째 날은 학급놀이로 시작했다.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이기면 이겼다고, 졌으면 졌다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진 사람이 이긴 사람 빙고판에 이름을 적어주었다. 생각보다 빙고판을 쉽게 채우지 못해 나중에는 8칸 채운 사람은 동그라미 하나씩 하라고 하고(올해도 아이들이 스스로 체크 판을 하기로 했다) 남은 동안에는 이름을 쓰지 않은 친구들을 찾아가 무조건 써 주라고 했다. 그리고 이름을 뽑으며 빙고를 했는데 첫 시간에 놀이를 해서인지 서먹함이 많이 줄었다. 모둠을 정하고 이름과 서로의 역할, 규칙, 구호 등을 의논하면서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름을 못 정하겠어요, 생각이 안 나요, 하고 말하더니 나중에는 삼다수(맑은 삼모둠), 햄버거(각각의 재료가 모여 맛있는 햄버거가 되듯 각자의 재능을 모아 훌륭한 모둠이 되자는 의미), 104(10년생 네 명) 등 저마다의 이름과 구호를 정하고 이끔이, 지킴이, 칭찬이, 기록이의 역할을 나누었다.


작년에는 점심시간이 없이 내리 6교시를 하고 점심식사 후 바로 집에 갔는데 올해는 4교시 후 점심을 먹고 5, 6교시를 하게 되어 점심시간이 생겼다. 대신 다른 반이나 다른 학년과 섞이면 방역에 우려가 있어 교실 안에서 놀기로 했다. 처음에는 우노 게임이나 할리갈리를 주지 않을까 했는데 열심히 놀고 나서 손을 깨끗이 씻기로 하고 하게 했다. 처음 보는 친구들과도 같이 놀기 시작했다. 여자 친구들은 마피아 게임을 하면서 놀았다. 아이들은 많이 놀아야 한다고 믿는다. 너무나 짧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시의 비유적 표현에 대해 공부했다. 처음에는 발표를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올해도 저마다 두려움 없이 발표한다. 쉬는 시간에 시끌벅적했지만 수업시간에는 쥐 죽은 듯 고요히 경청했다.


금요일, 아침 독서 시간에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히 책을 읽었다. 이틀 내내 독서를 강조해서 그런 건지, 원래 책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처음이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너무 흐뭇했다. 수업을 시작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사회 단원 개요를 살펴보고 미술 인포그래픽으로 자기소개하기를 했다. 집에 있는 꾸미기 도구를 가져와 예쁘고 효과적으로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런 활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어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함께 떠올렸다. 완성한 아이들부터 실물화상기로 크게 보여주면서 발표를 했는데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친구, 학생 축구선수, 춤을 잘 추는 친구, 요리를 잘하는 친구 등 자신만의 강점을 잘 이야기했다. 스노보드 타는 아이는 자신의 영상을 USB에 담아 와서 보여주기까지 했다. 놀라운 것이 예년에 비해 꿈이 없는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한 명 한 명 발표할 때마다 다 같이 큰 박수를 보냈다.


이번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 혼자 있는 게 편한 아이들인지 아직 어색해서 그런 건지 알아보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 오후 수업을 하다가 학급 이름 정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중간에 옆길로 샜다. 하지만 학급 이름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열띤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작년에 뽀로로였다고 했더니 이번에도 뽀로로가 나오긴 했지만 곰반, 포도, 햄버거, 피자 등 여러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심지어 '어쩔티비'가 나와서 설마 이 이름을 아이들이 정말 원할까 했는데 (취지는 좋다.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뜻이라고.) 반 이상의 아이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그건 겨우 뺐다. 여러 번의 투표 끝에 결국 맑은 반이 되자는 '삼다수'로 결정되었는데 우리 반은 2반이니 이다수로 하자고 해 반 이름이 '이다수'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열띤 토론을 마치고 학급 이름으로 구호를 외치며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청소로 남은 아이들과 청소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웅성웅성하더니 '선생님'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작년 졸업생 다섯 명이 교복을 입고 깜짝 방문을 한 것이다. 코로나 와중에 학교까지 찾아오다니 걱정스럽긴 했지만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아이들은 조금 바뀐 교실을 둘러보고 자신이 그린 우리 반 친구들 그림이 게시판에 붙은 걸 보고 행복해했다. 작년 롤링페이퍼도 그 옆에 붙어 있다. 곧 떼어야 할 텐데, 그래도 아이들 왔을 때 한 번 보여준 게 다행이다. 방학 동안 키가 더 큰 것 같았다. 우리 반 두세 명이 한 반이 된 경우도 있었는데 외따로 떨어진 아이는 아직 반 친구들과 서먹해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 나와 친구들 만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중학교 생활이 재미있단다. 어디서든 예쁨 받을 아이들. 중학교 가서도 행복하게 성장하길 응원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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