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Feb 24. 2021

아침마다 함께 읽기

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고등학교 때 아침마다인지 주 몇 회였는지 명상의 시간 방송을 들었다. 아마도 삼 년 내내 들었던 것 같다. 양심교육을 하는 학교여서 학교에 무인매점이 있었는데 적자가 난 적이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양심적이었던 학교다. 심지어 시험도 무감독시험으로 쳤는데 내가 알기로는 불의를 저지르는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명상의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스스로를 돌아보던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들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몇 년 전부터 학급 아이들에게 들려줄 교훈적인 이야기나 명언을 찾았었는데 적절한 것을 발견하지 못해 단편적인 책 속 부분들을 읽어준 것 외에는 제대로 생각 시간을 갖지 못했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많은 소설들을 썼던 작가가 과연 어떤 명언들을 들려줄까 궁금하여 빌려 왔다. 속 그림들도 멋진 작품이었다. 짧게는 한 줄에서 길게는 두 페이지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까지 교훈적인 내용들을 모은 책이다. 원래 아포리즘만 있는 책을 즐겨 읽지는 않았는데 짧아서 아침 시간에 한 일이 분 함께 읽고 생각하기에 좋을 것 같다. 5년 동안 자라지 않다가 갑자기 우뚝 자라는 대나무 이야기처럼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도 있지만 머릿속에 느낌표가 생기는 좋은 글귀들이 정말 많았다. 분량을 보니 190쪽이 조금 넘는다. 수업 있는 날이 190일이고 1교시가 전담 시간인 날을 제외하고 매일 또는 이틀에 하나씩이라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아주 조금 나오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 부분은 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것이 기대된다. 아침마다 읽어주려면 내 책이어야 해서 온라인 서점에서 중고 책으로 구입했다. 작년에 출판된 책이라 그런지 헌책과 새 책이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온라인 수업에 관한 책을 통해 다른 학교의 줌 수업 풍경을 보다 보니 쌍방향 수업 시작을 책 읽기로 하는 분이 계셨다. 놀라웠다. 줌을 켜면 무조건 내가 강의하고 아이들은 듣거나 발표하는 게 수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디오를 켜고 다 같이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것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올해는 작년보다 줌 수업을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쉬는 시간도 없이 줌 수업을 하다 보면 허덕이게 되는데 시간 여유가 조금 생기니 10분이라도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개학 다음 날 줌 수업에서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 생각으로 여러 자료를 찾아 두었다.


  작년에 너무 훌륭한 아이들과 정을 많이 나눠 혹시라도 올해는 그렇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믿는다. 아이들과 즐겨 소통하며 한 명 한 명이 이 책 제목처럼 반짝반짝 빛나도록 북돋워야겠다.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cast/206415


매거진의 이전글 새학기 준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