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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15. 2022

두 사계

김다미 with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 [4 SEASONS]

  몇 주 전 지나가다가 내가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님이 공연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리 예매를 했는데 이미 좋은 자리가 다 차 있어서 1층 오른쪽 가장자리 부분을 예매했다. 달력에 표시해 두고 손꼽아 기다리다 드디어 보고 왔다. 


  김다미 님의 공연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었다. 그중 코앞에서 보았던 실내악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는 어떻게 공연할지 궁금했다. 첫 곡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올림피아데 서곡’이었다. 1734년 초연되었고, 카니발 시즌을 위해 작곡되었다고 한다. 솔로도 지휘자도 없이 서로 완벽한 호흡을 맞추는 게 감동이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사계’이다. 1부 비발디의 곡과 2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이 대조적으로 어우러졌다. 피아졸라 사계를 트리오로 연주하는 건 들었는데 현악 챔버와 솔로가 하는 건 처음이어서 신선했다. 기교가 대단했고, 나는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기법들도 많이 등장했다. 연주자들의 내공이 부러웠다. 세컨드 파트의 한 분이 유튜브에서 왠지 보았던 분 같아 보여 반가웠다.


  김다미 님은 이번에도 너무 아름답고 파워풀하면서도 부드러운 세련된 멋진 연주를 보여주셨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데 연주도 잘하시는지. 1부는 점프 수트를, 2부는 화려한 수가 놓인 검은 드레스를 입으셨다. 찾아보니 작년에도 사계 공연을 다른 지역에서 하신 것 같은데 그동안 들었던 사계보다 왠지 더 세련되고 절제되면서도 힘이 있는 멋진 연주였다. 


  이번에 아이들 관람객도 많이 보았는데 굉장히 조용했다. 내 앞에 앉은 꼬마 아가씨가 가끔 주리를 틀어 옆에 있는 엄마가 힘들어 보였다. 내 뒤에는 노신사 분이 앉으셨는데 연주 전에 기침을 하시더니 연주 중에는 조용하다가 아주 조그맣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힘들었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낮잠 타임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환상의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작은 공연장에서 또 김다미 님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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