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쓰는 법 (이문영)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 작법서이다.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소설 쓰기는 남에게 읽히게 하기 위함이지만 자신의 만족을 위해 쓰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작년 반 아이 중에 소설을 즐겨 쓰는 학생이 있었는데 어디에 올리거나 하지 않고 혼자 만족하며 썼다. K-pop 스타와의 만남을 상상해서 글로 쓴다고 했다. 그렇다면 소설 쓰기는 어떤 면에서 자기만족을 위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어떤 이는 고통을 잊기 위해 소설을 쓰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복수의 느낌으로 쓸 수도 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 해 보지 못한 인생을 대신 살아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만 자신이 상황을 설정하고 인물을 만들어 직접 움직이게 하는 소설 쓰기만큼 재미난 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개연성 없이 쓴다면 그야말로 자신만을 위한 글이 될 것이다. 독자를 생각하며 개연성을 고려하되 클리셰가 필요하다면 넣어서 써야 나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진정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좋은 소설을 위해서는 주인공이 특정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원인이 제공되어야 한다.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고 사물들 간의 연관성을 생각하며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어 수시로 적고, 다른 이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설명보다는 행동 묘사로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고, 나만의 문체를 찾아 문맥에 맞는 알맞은 맞춤법으로 글을 쓰자. 너무 착한 글은 금물! 독한 악당을 만들수록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다.
--- 본문 내용 ---
- 민주화 운동 시 정부를 비판하다 탄압받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던 중국 소설가 가오싱 젠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나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 문학의 출발점이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부차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말속에 담고 글로 써서 문학으로 나아갑니다. 아무런 쓸모도 없어 보이고 언제 출판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도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므로 써야 합니다. 자기 검열을 거쳤는데도 금지 조치를 당한 뒤에 나는 내면의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영혼의 산>>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영혼의 산>>은 출판을 바라지도 않고 그저 나 자신을 위해서 썼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나 자신의 경험으로 보면, 문학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기 위한 것입니다. 창작하는 그 순간에 이미 자기 긍정을 얻죠. 작품이 사회에 미치는 효용은 작품이 완성된 후에 나타나며 작가의 희망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52-53쪽)
- 문학 용어 중에 ‘클리셰’라는 것이 있습니다. 본래 ‘납으로 만든 인쇄용 판’을 가리키는 프랑스어인데, 문학 용어로는 진부한 표현, 판에 박힌 대화, 상투적인 줄거리를 가리킵니다. 클리셰는 작품을 빤하게 보이게 하지만, 그만큼 작품을 마음 놓고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죠. 장르소설은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글을 씁니다. 가령 로맨스 소설이라면 남자 주인공이 아주 매력적이어야 하죠. 무협소설이라면 정의가 승리해야 하고, 주인공은 무공이 높고 정의로워야 합니다. 추리소설이라면 초반에 범인이 등장해 있어야 하며, 사건은 우연에 의해 풀려서는 안 됩니다. 단서는 독자 앞에 공정하게 노출되어 있어야 하죠. 이런 클리셰를 이용하는 이유는 독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이건 분명히 로맨스 소설이야, 이건 분명히 추리소설이야 하고 알려 주는 역할을 하죠.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클리셰만 있고 창의적인 부분이 없다면 그건 망한 소설이 됩니다. 클리셰를 활용하되 그와 다른 면을 보여 줘야 합니다. (76-77쪽)
- 좋은 플롯에는 ‘원인’이 있다 (115-116쪽)
좋은 플롯은 독자를 납득시킵니다. 사건이 일어날 만한 동기를 보여 주죠. 너무 친절했던 남자가 갑자기 표독스러운 행동을 한다면 그에 걸맞는 이유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가령 암에 걸려 애인에게 정을 떼고 이별을 고하려고 갑자기 표독스러워진다는 식의 사연이 있어야 하겠죠. 그런데 그가 평소 자기밖에 몰랐던 사람이라면 갑자기 애인을 배려한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없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한 끝에 드디어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났다는 설명이 들어간다면 다시 납득할 수 있는 플롯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