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토요일, 좋은 일이 많았다. 아침에는 아버지 쪽 친지의 결혼식이 있어 국회의사당에 다녀왔다. 국회의사당은 처음 가 본 길이어서 기대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랜만에 큰고모님과 친지분들,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을 만나는 것이 설레었다. 아침을 일찍 먹고 부지런히 챙겨 출발했는데 가는 길이 조금 막혔다. 식전에 도착하여 사촌언니 부부와 인사를 했다. 나이 차이가 많고 일찍 타지에서 생활하여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얼굴을 보니 큰고모와 닮았다는 생각에 너무 반가웠다. 사람이 너무 많아 미리 식사를 하고 친지와 인사를 나누었다.
집에 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남편과 행주산성에 갔다. 좀 걷고 싶었는데 행사 중이라 주차를 멀리 하고 땡볕에 많이 걸을까 봐 카페로 바로 갔다. 숲 속에서 책 읽고 싶은 마음에 정해 두었던 카페를 찾았는데 주차된 차들이 너무 많아 예전에 자주 가던 곳으로 갔다. 한강이 보이고 큰 나무 그늘이 있어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에서 책을 한참 동안 읽다가 늦은 오후에 밖으로 나왔더니 아직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러 가지 부스가 있었는데 저녁 행사를 준비하는 것인지 운영 중이 아닌 곳도 많았다. 무대에서는 노래 공연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근처에서는 국가 무형문화재 제 3호인 남사당놀이 줄타기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아버지와 아들 둘이었다. 일요일은 막내아들도 등장한다고 하셨다. 놀라운 가족.
조금 걸어 내려가니 어디선가 익숙한 음악소리가 들려 저절로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했다. 바이올린으로 공연한 적 있는 ‘홍연’이라는 곡을 해금으로 연주 중이셨다. 아름다운 분이 연주하는 해금 가락이 너무나 멋져서 자리 잡고 들었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았다. 이어서 겨울 연못이라는 곡도 연주하셔서 영상으로 남겼다. 그다음에는 제주도 푸른 밤, 그리고 이무진의 신호등까지 연주하고 마쳤다. 모두 좋은 곡이었고, 중간에 우리 전통음악 풍으로 편곡하신 부분이 특히 좋았다. 조그마한 꼬마 아이가 제주도 푸른 밤 노래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걸 보니 너무 귀여웠다.
연주가 모두 끝난 후 멋진 연주자님께 혹시 블로그에 영상을 하나만 올려도 되는지 물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셨고, 공유를 부탁하셔서 카톡 연락처도 받았다. 먼저 동영상을 보내드리려고 차에서 편집을 했는데 다시 들어도 너무 좋았다. 바이올린과 해금이 현악기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국악기 중 해금이 가장 관심이 가고, 소리가 좋게 들린다. 반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연주자님께 국악 교육 관련 유튜브 채널과 연주자님 개인 채널도 소개받아 구독했다. 너무 신나는 하루였다.
집에 와 저녁을 먹은 후에는 우리나라 배우가 상을 받았다는 영화를 보고 왔다. 너무 기대를 해서일까? 많이 잔잔한 영화라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일본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느껴졌고, 상처 입은 사람들 간의 위로가 있는 따스한 영화여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