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수업 중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에는 비가 안 와서 우산을 안 가져왔는데 비가 많이 오니 집에 전화를 한다는 아이, 누구랑 같이 쓰고 가야 할지 걱정하는 아이들이 술렁거렸다.
어렸을 때 나는 어땠을까? 비가 온다고 누군가가 우산을 들고 온 적이 있었나 싶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교사여서 내 기억에 학교에 누군가가 무엇을 가지고 오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외할머니께서 집에 계셨지만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시간 맞춰 오신 기억이 없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출근하면 아무도 없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항상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비를 흠뻑 맞고 온 적도 있었을 것이고, 방학 전날 교실 물건들을 미리 빼가지 않아 보따리 보따리 들고 먼 하굣길을 걸어오다 비닐봉지까지 찢어져 울면서 왔다는 당시 초등 저학년 막내의 이야기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감사하게도 착하게 잘 자라주었다. 이제는 먹은 그릇까지 깨끗이 설거지하는 아이들. 용돈 받기를 어색해하는 아이들. 물론 성인이라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항상 바쁜 엄마 때문에 우산 들고 오는 부모님을 부러워했을 아이들. 비가 오면 이상하게 옛날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