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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l 24. 2022

아름다운 영화

헤어질 결심

  금요일 밤, 태권도를 마치고 집에 와 가족 간식을 챙긴 다음 기다리던 영화를 보고 왔다. 11시 20분에 시작하는 심야영화를 보기는 오랜만이다. 사람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았다. 심지어 내 옆자리에 바로 누군가가 앉아 있어 예매한 곳 옆자리에 앉았다. 실로 오랜만에 쿠폰으로 팝콘도 먹으면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배우 탕웨이가 나온다는 것도 궁금했다. 만추에서처럼 우리나라 배우가 영어로 찍었을까, 싶기만 했는데 서래가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의외로 한국어 발음이 좋아서 놀라기도 했다. 잠이 오지 않아 잠복근무를  먹듯 하는 형사 해준은 산에서 발견된 시신의 죽음 원인을 찾다 그의 아내인 서래를 만난다. 나이  한국 남자와 젊고 아름다운 중국인 부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처를 가진 그녀의 몸이 애처로운 마음을 불러일으켰을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하면서 서래에게 서서히 빠져든다. 주말부부인 해준은 자신의 부적절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자꾸 연락을 하고 급기야 사건을 마무리 짓는데 그에 대한 죄책감이 깔끔하고 완벽을 추구하던 그를 변화시킨다.


  아내가 있는 안개로 유명한 도시로 가게 된 해준은 우연히 다시 서래를 만나는데 이어지는 의문의 사건은 그로 하여금 의심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서래는 이래저래 해준을 들었다 놨다 흔들어대는 일에는 명수다. 한없이 순수한 얼굴 뒤에 감추어진 비밀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하는 능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도 좋았고, 연출은 말할 것 없이 독특하면서도 실제감 있었다. 다른 장소에 있는데 함께 있는 것 같은 화면을 연출할 생각을 어떻게 한 것일까? 시간적으로도 한꺼번에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지만 구별이 어렵지 않다. 한 번에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게 하는 능수능란함.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아름다운 화면이었다. 서래와 해준의 집은 물론이고, 경찰서 내부가 이렇게 예쁘게 묘사된 영화가 있었나, 싶게 깔끔한 성격으로 나오는 해준의 사무실조차 아름다웠다. 서래 집의 벽을 가득 채운 파도는 영화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듯했다. 빨갛고 파란 의상과 벽지가 담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 장면이 다가올 즈음 차로 바다에 도달하는 부분이었다. 위에서 본 바다의 또 다른 매력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니 두 시가 넘어 있었다. 이렇게 긴 영화인 줄 보는 동안은 느끼지 못했다. 시종일관 심각하지 않고 곳곳에 유머러스한 요소가 있어 좋았다. 등장하는 배우들마다 한가닥 하던 코믹 캐릭터들이라 그럴까? 재미있고 인상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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