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박균호)
박균호 작가님의 책을 여러 권째 읽었다. 책을 내실 때마다 보내주시기도 하고, 내가 글 쓴다는 걸 알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소중한 이웃이다. 며칠 전 시키지 않은 곳에서 책이 도착해 벌써 또 책을 내셨나 보다, 했더니 역시나 그분의 신간이었다. 책을 출간하시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는 건 아닌지? 바쁜 교사의 일상에 언제 이렇게 또 책을 쓰셨을까? 선택과 집중을 본받아야 한다.
바로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책 보다 점점 깊이 있어져 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이번 책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고, 줄을 그으며 꼼꼼히 읽었다. 내용 중에 소개된 레베카, 분노의 포도, 외투, 면도날 등은 구입할까 하다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 있는 걸 확인하고 일단은 빌려 읽으려고 찜해 두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 읽은 책은 마담 보바리,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장미의 이름 정도이다. 각 장의 주된 책이 아니라 곁가지로 소개된 책들 중 노르웨이의 숲이나 검은 고양이를 읽기는 했지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책들의 향연을 보고 저자의 다양한 독서이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책으로 가득 찬 집에서 살고, 값비싼 헌책들을 소유한 분의 내공이 느껴졌다.
책은 크게 3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역사의 단면을 다룬 벽돌 책을 소개한 1장, 복잡한 인간 내면을 담은 2장,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인문적인 요소인 3장이다. 각 장에는 5~8개의 작은 제목이 있는데 두 개의 책을 대표적으로 예를 드는 구조로 되어 있다. 1장에서는 러시아의 문학과 역사, 미국 대공황, 수도원, 노예들의 삶, 우리 고전에 숨은 과거제도, 일본 사무라이들의 몰락, 용도 변경된 스파이 등 역사를 담은 책들이 딱딱해 보여도 읽을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나라의 역사를 접할 수 있어 좋았는데 일본의 사무라이들이 칼을 더 이상 차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사회의 변화가 얼마나 거대했을지 상상해 본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2장에서는 질투를 다룬 레베카, 프랑스 음식 문화, 사교계 매너, 도박의 중독사 등이 재미있게 다루어진다. 레베카라는 뮤지컬 소개를 여기저기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소설이 원작이라는 걸 알게 되어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과 질투라는 감정의 권위자로 소개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도 같이 읽어보고 싶다. 그 두꺼운 책이 아내를 질투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레오폴드 블룸의 하루를 그린 소설이라는 저자의 말이 너무 신기해서 확인하고 싶어졌다. 3장에서는 우리와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고양이, 작가들이 좋아했던 위스키, 인간의 친구 개, 고서점의 역사, 요가, 다이어트, 호텔과 같이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책이 책을 부르고, 책을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난다. 요즘 들어 책을 쓰지는 못하고 계속 읽기만 하는 나는 잠깐 읽었던 이현 작가님의 ‘동화 쓰는 법’이라는 책에서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는 말을 위안 삼는다. 요즘 갑자기 어린이를 위한 소설을 쓰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책에 소개된 책들과 함께 동화책들도 많이 읽어야겠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잘 쓸 수 있다는 법칙을 박균호 작가님을 보면서 확인한다. 나도 많이 읽은 만큼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