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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05. 2022

폭염과 코로나

여수 향일암과 오동도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내려온 연수와 광양 두 번째 날은 많이 걷기로 했다.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향일암으로 향했다. 광양 이순신대교 옆에 머물고 있어 향일암까지 가는 데 1시간 넘어 걸렸다. 가까워질수록 구불구불한 해안가 풍경이 예뻤다. 향일암은 산에 있기 때문에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두 시간 무료였다. 우리는 천천히 올라갔다. 뜨거운 태양이 아침부터 고개를 내밀었다.

  계단길과 경사로가 있는데 올라갈 때는 계단으로, 내려올 때는 경사로를 택했다. 끝인가 하면 계속 나오는 계단에 헉헉대며 올랐는데 다 와서도 또 바위가 나타났다. 정말 신기한 게 바위 사이에 굴처럼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위 위에 세워진 암자라 그런지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멋진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스님들이 염불을 외셨고, 신도 분들이 옆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날씨가 정말 너무 더웠다. 나무 그늘을 찾게 되고, 햇빛에는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뙤약볕이 계속되었다. 물을 엄청 마셨고,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내려오는 길은 나무 그늘이 많이 시원한 편이었다. 갓김치 파는 곳이 많아 갓김치를 좋아하는 나는 냄새만 맡아도 너무 먹고 싶었지만 참고 마지막 카페에서 자몽주스를 먹으며 땀을 식혔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데 향일암으로 들어오려는 차량이 끝없이 긴 줄을 서 있었다. 아침 일찍 첫 코스로 오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오동도로 향했다. 해가 너무 뜨거워 점심을 먼저 먹기로 했다. 지난밤에 주차할 곳이 없어 가지 못했던 낭만 포차를 검색해 평점이 가장 높은 곳으로 들어갔다. 12시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 이미 몇 팀이 먹고 있었다. 삼합이 유명하다고 해서 시켰는데 내가 먹지 못하는 홍어 대신 문어와 새우, 그리고 대패삼겹살이 나와 너무 맛있게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재미있고 맛있는 맛이어서 감탄했다. 오동도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주인 분의 말씀을 듣고 뜨거운 차를 그대로 놓아두고 오동도로 향했다. 10분 정도 땡볕을 걸으며 그냥 차를 가지고 갈 걸 그랬다 싶었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30분마다 한 번씩 다닌다는 동백열차 줄이었다. 우리 앞 팀이 출발 후에야 우리는 표를 살 수 있었다. 표를 산 후 30분을 기다려 열차를 탔다. 화장실이 제일 시원해서 나오기 싫을 정도였던 더위.

  오동도에 도착해서도 더위를 식히려 바로 여순사건과 엑스포 기념관으로 들어갔다. 잠깐 머물고 나오니 한결 시원했다. 오동도는 동백나무가 많은 거제의 지심도와 비슷한데 조금 더 작고, 배가 아닌 육로로 들어갈 수 있어 사람들이 많았다. 지심도가 자연 그대로였다면 오동도는 잘 가꾸어진 느낌이었다. 계단이 좀 많아 오르내리다 보니 꽤 많이 운동한 느낌이었다. 나무가 우거져 별로 덥진 않았는데도 워낙 습해서 땀이 계속 났다. 바람골이나 어느 한 곳에 가면 더할 나위 없는 자연바람이 불어와 우리는 가다 쉬다 하며 느긋하게 자연을 즐겼다. 계단 아래에는 멋진 바다가 펼쳐져 우리를 비롯한 방문객들은 연신 사진을 찍었다.

  나무 그늘에서 정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나는 책을 읽고 남편은 여기저기 전화 통화를 했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다. 돌아가기가 아쉬울 정도였고, 다시 오래 기다려 동백열차를 타고 10분을 땡볕에 걸을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도 했다. 다음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계속 있고 싶을 정도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니 올라갔던 길이 아닌 한참 동백열차를 타고 나온 길이었다. 동백열차 타는 곳으로 걸을까 하다가 해가 가려지기도 해서 양산을 펴고 그냥 걸어서 나가기로 했다. 거의 다 왔을 때쯤부터 갑자기 태양이 또 이글이글 타올랐다. 차를 둔 곳까지 가는 길은 정말 더웠고, 차를 열다가 손을 델 뻔할 정도로 표면이 뜨거웠다. 에어컨을 트로 가다가 국보인 진남관에 들를까 했는데 차에서 내리기가 무서울 정도로 더워서 지나는 길에 사진만 찍었다. 이순신 광장의 이순신 장군 상과 거북선도 마찬가지다. 다음에는 여름이 아닌 계절에 다시 와서 거닐어야겠다. 폭염이 정말 심했다.

  일단은 너무 씻고 싶어 숙소로 와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근처 맛집을 찾아보았다. 블로그에 광양에서 10년을 사시다 서울로 가신 분이 추천해 주신 여러 곳 중 걸어갈 수 있는 곳에서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간판이 바뀌어 있어 전화를 했더니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셨다. 아쉽지만 평점이 높은 다른 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너무 깔끔하고 맛있어서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맛집 거리와 고즈넉한 바다가 너무 멋진 곳이라는 생각에 다음에 꼭 다시 찾고 싶었다. 카페에서 마지막 날 올라가는 길에 어디에 들르면 좋을지 계속 검색을 하다가 결국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와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목이 너무 아파서 잠에서 깼다.

  목이 워낙 자주 아픈 편이라서 호올스를 늘 가지고 다니고 둘째 날도 목이 조금 아프길래 입에 넣고 다녔는데 침을 삼키기가 어려울 정도로 찢어는 것처럼 아파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검진을 했더니 처음에는 한 줄이어서 감기인가 보다 했다가 15분이 지난 후에 다시 보니 희미하게 한 줄이 더 있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코를 골며 깊이 잠든 남편을 깨우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마스크를 쓰고 고민만 하며 뒤척였다. 뜬눈으로 두어 시간을 보낸 후 4시쯤 남편이 슬쩍 깨길래 희미하게 두 줄 나왔다고 했더니 남편도 검사를 했다. 음성이라 다행이었다. 바로 짐을 싸서 움직이면 병원이 여는 9시쯤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94 마스크를 쓰고 뒷좌석에 탔다. 처음에는 목만 아팠는데 가는 동안 몸살기도 조금씩 있고, 속도 울렁거려서 시계와 내비게이션을 연신 쳐다보다 잠깐씩 졸다가 했다. 물 마시기도 어려울 정도로 목이 심하게 아팠다.

  도착하자마자 병원에 가서 검사하니 양성이었다. 그동안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어 나는 안 걸리려나보다, 했는데 자만이었다. 다행인 건 학기 중이 아니라는 것이다. 늘 학기 중에 걸릴까 봐 노심초사했었다. 약을 먹으니 증세가 한결 좋아졌다. 아직은 침 삼킬 때마다 아프지만 견딜만하다. 가볍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주말과 다음 주 약속과 일정들을 모두 취소했고 도장에도 일주일 더 못 간다고 메시지 드렸다. 이번 기회에 푹 쉬며 건강을 돌보고 재충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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