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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15. 2022

수다와 바이올린 독주회 관람

함지민 바이올린 독주회

  밤에 볼만한 음악회를 검색하다가 김다미 님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비싸기도 하고 몇 번 본 적이 있어 이번에는 저녁에 하는 함지만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을 예매했다. 그전에 독주회를 한 번 본 적이 있어 잘하신다는 걸 알고 예매를 했는데 아침에 생각해 보니 대학원 친구의 딸이 그분의 제자였다는 게 떠올라 혹시나 하고 연락했더니 공연을 보러 온다고 하셨다.


  일찍 도착하면 차나 한 잔 하자고 했던 터라 먼저 와서 딸내미 저녁을 먹이고 있다는 식당 모차르트로 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분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번에 두 명만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 테이블이라 식사를 마친 딸은 먼저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둘이 커피를 잠깐 마셨다. 94 마스크를 꼭 쓰고 있다가 홀짝거릴 때만 내리고 먹었다.


  고 3인 딸이 바이올린학과에 진학할 예정이어서 친구도 입시 돌보느라 무척이나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첼로를 전공했던 친구다. 원래 활발한 활동을 했었는데 올해는 원래 소속되어 있던 오케스트라 활동 외에는 자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한참 동안 자녀와 음악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되어 안으로 들어갔는데 관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맨 앞에서 세 번째 줄이어서 시야가 확 트여 좋았다. 오래전 보았을 때보다 연륜이 묻어 나오는 감동 깊은 연주였다. 이번 연주회는 특히 레파토리가 너무 좋았다. 동시대를 주름잡던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로베르트 슈만의 곡을 하나씩 골라 연주하셨던 것이다. 슈만 소나타 3악장은 눈물이 날 것처럼 슬펐다. 감동의 시간이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바삐 인사만 나누고 돌아왔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제자들이 많아 차례를 기다려 사진 찍고 집에 가느라 늦으셨다고 한다. 오가는 길, 비가 안 와서 다행이었다. 영화도 만 원이 넘는 시대에 나를 위해 라이브로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신 분을 위해 쓴 2만 원이 아깝지 않은 소중한 시간. 오랜만에 만난 동문과의 수다로 잊지 못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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