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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28. 2022

연주, 그리고 나만의 시간

인뮤직 예아리 박물관 연주

지금 여기, 스터디 카페. 나만의 충전을 위한 시간.


  토, 일, 월요일까지 연주가 줄을 섰다. 원래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공교롭게 겹쳤다. 작년에 열심히 갔던 인뮤직 연주회에 올해는 오케스트라로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다가 방학에 한 번은 간다는 약속을 했던 터라 하기로 했다. 같은 레퍼토리로 이틀 연속으로 한다고 하셔서 주말 두 번 다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곡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여름 1악장 빠른 부분이 생각보다 깔끔하게 되지 않아 연습을 많이 해야 했다. 넬라 판타지아는 느려서 쉬웠고, 아름다운 나라는 여러 번 했던 곡이라 부담이 없었다.


  아침에 연습을 조금 하고 딸을 잠시 데려다준 후 출발했다. 넉넉히 2시간 4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출발해서인지 다니던 길이 아닌 전혀 생소한 길로 안내했다. 아래쪽으로 가야 하는데 심지어 위로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이러다가 일찍은커녕 제시간에도 도착하기 힘들겠다 싶어 혹시 같은 이름의 박물관이 또 있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알고 보니 둘러 둘러 가는 길이었다. 조금 더 빠르다는 글에 안내하는 대로 갔는데 원래 가던 길로 가는 게 나을 뻔했다. 아니면 어쩌면 그 길도 많이 막혔는지 모른다.


  평소에는 유유자적 가는 길이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졸였다. 리허설 시간에 늦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지만 거리가 있다 보니 돌발 변수들이 생기기도 한다. 한참을 가다가 돈을 내는 더 빠른 길이 있어 그쪽으로 빠졌다. 시간이 당겨졌다. 그런데 또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이 늘었다. 10분 정도 사이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도착 예정시간 때문에 혼자 웃다 한숨 쉬다 했다. 결국 제시간에 도착했다.


  다들 조금씩 늦으셔서 한 번에 모였다. 여름을 가장 먼저 해서 처음에는 조금 떨렸는데 실제로 할 때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운전하느라 손가락이 굳은 느낌이어서 구석에 가서 혼자 연습하며 풀었다. 이번에는 세 곡만 참여해서 중간에 연주자들의 연주를 제대로 볼 기회가 있었다. 연주를 너무 잘하는 분들이라 관객 입장에서 감동받으며 연주를 관람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뵐만한 분들이 눈앞에서 연주하고 심지어 같이 연주를 하다니 영광이었다. 박물관을 가득 메운 관객 분들의 성원도 대단했다.


  끝나고 바로 왔어야 했는데 근처에 수목원이 있어 들를까 하고 가는 길이 너무 막혀 다시 목적지를 집으로 수정하는 바람에 너무 오랜 시간 운전을 했다. 경부고속도로로 잘못 들어가 들어가는 입구부터 빠져나올 때까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였다. 나중에는 책을 꺼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주차장이었다. 마음을 졸이다가 나중에는 내려놓았다. 올림픽대로는 그리 막히지 않아 도착할 때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김밥 하나 먹은  다여서 식구들이 저녁을 먹은  확인하고 혼자 떡볶이를 먹고 스터디 카페로 왔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느낌이랄까? 이러다가 대인기피증 생기는  아니겠지?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일까? 오늘 잠깐 읽은 책의 저자가 그랬다.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보다 혼자가 좋다고. 어쨌든 옳든 그르든 나만의 시간이 너무 좋다. 충전, 충전.


* 연주 영상: 인뮤직 블로그

https://m.blog.naver.com/inmusic_blog/222859746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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