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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Sep 05. 2022

웃는 가운데

영화 <육사오>

  오전에 잠깐 일하고  주말 오후, 쉬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좋은  심각하지 않은 웃고 즐길 영화다.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은 육사오는 개봉  그리 높지 않은 평점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주변에 영화  본다는 분들은 이미  영화를 보고 왔다. 재미있었다는 말에  봐야지, 했었다.


  그런데 사실 앞부분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거듭되는 우연, 바람을 따라 날아가는 로또 종이는 나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듯했다. 실제와 다른 병영의 모습, 북한 여성의 손에 들린 스테들러 연필 등은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상영 중인 리미트를 볼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을 넘어가면서 과하게 영화에 빠져든 나를 발견했다. 일부러 웃기고자 작정한 영화. 예전에 독수리 오 형제가 나왔던 영화 '극한직업'이 떠올랐다. 일부러 웃기는데도 웃고 있는 나. 주변에서 젊은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연신 들렸다. 특히 로또를 환전하러 간 병사의 여정을 지켜보면서부터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판타지이기에 더 아련한 마음이 들었던 영화. 실제로 북한 땅에 가서 하루를 지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만 해도 설레지만 또한 가슴 졸일 만큼 무서운 날이 될 것 같다. 하루도 겁나는데 매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최고로 재미있게 보았던 '극한직업'만큼은 아니지만 극적인 상황을 코믹하게 묘사한 볼만한 영화였다. 경찰과 군인이라는 특수한 분야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 있을 법하지만 동화 같은 이야기들. 이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 동화가 현실이 되기를 막연히 바란다. 지금은 영화로나마 대리 만족하지만 실제로 통일이 된다면 좋은 일도,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무늬만 비슷하고 전혀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일까? 아니면 사람 사는 세상 모두 같을까? 통일이 되어야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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