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컴백홈>
연휴 첫날 저녁 다른 볼일로 갔다가 영화를 한 편 보고 왔다. 같은 시간에 하는 ‘스마일’을 볼까 하다가 혼자 보기에는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라미란, 송새벽 배우를 보고 싶어 컴백홈을 보았다.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처절한 삶을 그려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거북이 달린다’를 너무 좋아해 다섯 번도 넘게 보았다. 남편의 고향이 그쪽 근처라 그런지 몰라도 충청도 사투리가 익숙하고, 집에서 남편의 영향으로 나도, 아이들도 충청도 사투리를 재미로 많이 쓴다. 느리면서도 순박한 충청도 사투리와 시골 분들의 생활 모습을 너무나 잘 묘사한 거북이 달린다를 그래서 더 재미있게 보았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만드신 분이 바로 그 영화의 감독이었다.
평점이 너무 낮아서 기대를 하지 않고 배우들 보는 의미로 갔었다. 송새벽 님은 개그맨을 꿈꿔 왔고 공채에 합격했지만 7년 동안 무명에 그치고 생활고에 허덕이던 중 한 소식을 듣고 다시는 가지 않겠다던 고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다시 찾은 고향 역시 팍팍하기만 하고, 아버지와 엮이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이끌던 조직의 이인자에게 제의를 받게 된다. 그 사이 고향 친구들과, 어린 시절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
수준 높은 유머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충청도 사투리가 진하게 배어 있는 이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여유로우면서도 의리 있는 나이 든 지역별 조직 아저씨들도, 시골 친구들도, 어리바리한 이인자 삼촌도, 상대 조직 보스도, 사명감 투철한 경찰도 너무 귀여웠다. ‘거북이 달린다’가 워낙 나에게는 명작이라 그보다는 덜하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다. 과장된 부분들이 없지 않지만 오히려 대놓고 웃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 없이 웃다 울다 한 영화였다. 혹시나 관람 계획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인 취향이 가득한 영화이니 너무 큰 기대 하지 말고 가시길 추천한다. 나는 가족과 한 번 더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