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Oct 22. 2022

2022 고양 학생 1000인 음악회

  지난주 목요일에 제4회 고양 학생 1000인 음악회가 열렸다. 첫 해에는 앙상블 디토의 재능 기부와 수많은 학생 합창단, 오케스트라의 참가로 정말 화려하고도 성대한 공연이었으나 관객 석을 연주자와 합창단이 채우느라 정작 관객이 앉을자리가 적었다. 둘째 해는 참가 인원이 줄었고, 다음에는 코로나로 쉬었다. 이 큰 행사는 고양교육청 장학사님과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내보내고 장소까지 제공하신 지휘자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해마다 올해가 끝이 아닐까, 하는 조마조마한 생각이 든다. 공연을 준비하며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의 반짝반짝한 눈을 보며 나도 출장으로 신경 쓸 일이 많지만 내년에도 꼭 이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공연장을 빌려 놓고도 학교 체육관과 저울질하다 결국 체육관에서 관객 없이 영상으로만 공연을 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전문 공연장에서 하게 되어 마음이 훈훈했다. 다섯 번밖에 안 되는 짧은 연습 일정에도 아이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첫 연습 날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아이들은 배움에는 도사다.


  연주회 날 오전 수업을 하고 오후 수업은 전담 선생님들께 맡기고 점심을 먹은 후 공연장으로 출발했다. 12시부터 분주히 준비하신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들이 대기실에 짐을 풀고 리허설 준비하러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의 바이올린 튜닝 상태를 확인한 후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무대 인원이 워낙 많아 서로 간 속도 차이로 어긋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번에도 합창이 큰 몫을 담당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마음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 마지막 레미제라블 곡의 중요한 합창이 빠져 있어 아쉽긴 했지만 중간중간 일어나 연주에 감칠맛을 더하니 너무 예뻐 보였다. 이번에는 메들리로 구성이 되어 있어 곡 하나가 좀 길고,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들이 많아 듣기에 좋았다.


  리허설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배부하고 우리도 잠깐 밖으로 나왔는데 부모님과 가족 분들이 벌써부터 꽃다발을 들고 줄을 서 계셔서 놀랐다.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하는 데다가 모두가 다 무대에 오르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을까? (내년에도 할 수 있기를!) 연주회 시작 전 다시 한번 튜닝해 주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대 뒤에서 함께 기다렸다. 첼로 아이들은 짧은 연습 기간에 서로 엄청 친해져 서로 떠들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역시 첼로 연주자들은 성격이 좋다. 바이올린 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무대 뒤에 한 줄로 쪼그리고 앉아 있어 너무 귀여웠다. 하루 종일 연습하고 왔다 갔다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중학생 관악기 친구들은 번쩍이는 악기를 들고 상기되어 있었다. 잠시 후 무대에 입장하는 아이들은 표정이 바뀌었다. 


  뒤로 나가 다시 입구를 통해 들어가 관람석 맨 뒤에 앉았다. 관객석이 가득 차 있어 감격스러웠다. 아이들이 잘 해내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관람을 했다. 두어 번 잠깐 속도 차이로 어긋나긴 했지만 바로 따라갔다. 아이들은 역시 무대체질인가 보다. 관악기 음정이 조금 불안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빵빵한 사운드가 정말 멋졌다.


  연주가 끝나고 나니 배가 너무 고파 왔다.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연주가 끝난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는 대기실 정리를 마치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선생님들이 저마다 찍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지하철로 간 터라 지하철 역에서 만두를 사 집으로 와서 오자마자 허겁지겁 먹고 태권도에 갔다. 쉴 틈 없는 하루하루지만 보람 또한 가득하다. 


* 연주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faFgKs0Y8NI



매거진의 이전글 퇴임식 연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