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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30. 2022

퇴임식 연주

카메라타 탄생

  지난 학기 교사 오케스트라 연주 즈음에 첼로 하시는 한 교장선생님의 남편 분이 곧 교장 퇴임을 하시는데 몇 분이 같이 연주를 했으면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귀가 번쩍 띄었다. 바이올린 둘, 첼로, 그리고 비올라까지 현악사중주가 갑자기 결성된 것이다. 뒤늦게 전공하고 있는 나와 제의하신 교장선생님의 친구이자 교대에서 음악과 출신의 바이올린 하시는 교장선생님, 오랫동안 첼로를 연습해 오신 선생님, 그리고 작곡을 전공하고 중학교 때부터 비올라를 하신 음악 선생님 이렇게 네 명이 모였다. 오케스트라에서도 다들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계신 분들인데 이렇게 만나니 또 너무 좋았다.


  연습을 세 번 정도 한 것 같다. 방학 중간에 한 번 만나서 처음 맞춰 보고, 지난주엔가 한 번, 그리고 월요일 연주를 앞둔 일요일 밤에 다시 만났다. 처음에는 여러 곡을 했었다가 일요일에 두 곡으로 줄어 부담은 덜었지만 맞추기 어려운 곡을 고르셔서 연습을 급히 잡은 것이다. 그런데 연습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You Raise Me Up과 The Prayer 두 곡인데 각 악기가 서로 선율을 연주하며 주고받는 부분이라 연습이 필수였고, 아직 셈여림 강도를 조절하기 어려웠다. 나는 더 편한 연주를 위해 포지션을 바꾸기도 했다. 바로 앞에 다른 연주가 두 번 있어 연습을 하지 못해 더 예쁜 소리로 연주하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겼다.


  연주 당일, 수업을 바꿔 오전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전담 선생님 교실에 아이들을 데려다준 후 바로 퇴임식이 있는 김포로 이동했다. (한 아이가 전담수업 무사히 잘 마치고 문 잘 닫고 집에 갔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어 너무 고마웠다.) 비슷하게 도착해서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첼로 하시는 선생님 학교가 퇴임식 있는 학교 바로 옆이어서 먼저 모여 잠깐 맞춰 보고 같이 가기로 했다. 녹음을 해보기도 했다. 시간이 되어 퇴임식 학교로 향해 미리 안에 들어가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남편을 위해 준비하신 부인 교장선생님의 멘트 끝에 우리는 앞으로 나갔다. 음정 이탈도, 실수도 많지만 퇴임하시는 분을 축복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연주했다. 많이 모인 그 학교의 선생님들이 따뜻한 박수로 우리를 격려해 주셨다.


  연주가 끝나고는 의뢰하신 교장선생님과 넷이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김포에 인공 운하(?)가 있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는 음악 이야기, 학교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연습 때 우리는 이름도 지었었다. 1570~80년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바르디가에 모여 고대 그리스 연극으로 오페라를 만드는데 기여한 예술가 집단을 이르는 카메라타이다. 파주에 있는 클래식 카페 이름이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서 다시 연주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꿈에 부푼 우리들은 종종 만나 연습을 하기로 했다. 비올라 하시는 선생님이 편곡 실력이 뛰어나셔서 우리에게 맞게 편곡해주시는 게 너무 든든하다. 이렇게 귀한 분들을 만나 가슴이 벅차다. 꿈에 그리던 사중주.


* 녹음 파일: 아이들 목소리와 휴대폰 벨소리가 가미된 우리들의 추억이 될 연습 녹음 (살짝 에코를 넣어서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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