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비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병률)

by Kelly

시인의 줄글을 사랑한다. 시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까닭이고, 무엇보다 글 전체에서 시를 읽는 듯한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률 시인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여행 에세이 ‘끌림’이다. 이후로도 간간이 그의 책을 읽었고, 팟캐스트를 들었다. 오랜만에 출판사를 통해 이 책으로 다시 만났다.


그동안 내가 변해 왔듯 시인도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을 찾아 홀로 여행을 떠났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누군가를 찾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시인은 얼마나 많은 사랑을 해 왔을까? 이 책에만 해도 수없이 많은 만남이 그려진다. 여행 중 기차에서 만난 이에게서도, 문에 꽂고 잊어버린 열쇠를 챙겨 넣어주는 옆집 여성에서도 그는 마음의 흔들림을 느낀다. 몇 번의 만남이 있었던 이도, 꽤 오랜 시간 친밀한 관계로 지낸 이도 있었다. 이 모든 만남이 작가의 상상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 시인은 바람둥이 같기도 하다. 만인의 연인은 한 명의 연인이 되기 어렵다. 지금은 정착을 했을까? 오래 정착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분주한 일상에 설렘을 잊은 지 오래된 것 같다. 어쩌면 사람과의 만남이 아닌 다른 것에서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다. 배움을 좋아하는 나는 도서관이 설렘이고, 연주회장이 흥분이다.


이 책은 어느 곳을 펴서 읽어도 좋은 책인 것 같다. 잊고 있었던 감성을 깨우고 싶다면 펴 들고 아무 곳이나 읽어도 된다. 아직 정착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언제 운명이 다가올까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읽으며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 딱딱하고 메마른 일상 중에 몽글몽글한 부드러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 본문 ---


- 누군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걸 당신은 모릅니다. 꽤 오래되었지만, 그래 봤자 신호는 점선처럼 끊기다가 이어지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당신은 사랑 같은 거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87쪽)


- 어떤 사람은 나를 춤추게 한다. 어떤 사람은 짓물러 터진 나를 일어나게 한다. 나에게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알려줌으로써 나를 흥분시키는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했다. (118쪽)


- 모두가 빠져나간 공간을 나는 좋아한다. 공연장에서도 가능하면 몇백 명의 사람이 다 빠져나간 다음, 공연장에 남아 있는 공기를 즐기려 애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출판사에서도 그런 감각을 자주 느끼려 하는 편이며, 그 기분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지 꽤 되었다. (197쪽)


- 좋아하는 것을 쓴다. 좋아하는 풍경 앞에 서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글로 이 풍경을 잘 설명해야 하는 일이 당장의 내 일이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본 것들을 잘 설명하는 일이고, 그 설명하는 일을 실패하거나 어쩌면 성공하는 과정일 뿐인지도 모른다. 나는 과정뿐이기만 한 이 일을 사랑한다. (203쪽)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e41WKsJ3WD8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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