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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22. 2021

있는 그대로의 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같은 학년 3년째 하면서 그동안 학교에서 샀던 6학년 온 작품 도서가 스물네 권이 되어 각 반으로 네댓 권씩 나누면서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로 다른 반에서 구입했던 도서다. 작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제 9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한 여중생의 눈으로 그려진 실제감이 느껴지는 학교와 친구 관계에 대한 내용이 재미있었다. 실제로 있을 법한 왕따나 은따에 대한 부분이 좋았고, 과격하지 않고 소소하지만 진짜 인물들의 이야기처럼 그린 부분이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한동안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다현이는 새로 사귄 다섯 손가락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한다. 조금은 까칠한 아람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학원 책 심부름도 하고, 쇼핑 가방도 집에 갖다 놓는다. 물론 좋아서 할 리는 없다. 결국 그런 일들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다섯 손가락 친구들의 기피대상이 있는데 너무 예쁜 황효정과 잘난 은유다. 새 학년 첫날 은유와 짝이 된 다현이는 친구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다. 동네 신문 만들기 수행평가를 위한 모둠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해강이, 시후와 함께 은유의 집에 들르면서 다현이는 그동안 자신이 가진 선입견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빠를 잃은 다현이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은유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똑똑하지만 친구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은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서로 잘 맞는 네 명의 수행평가 모둠 친구들은 방과 후 시간을 보내며 친해지고, 다섯 손가락 친구들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던 다현이는 점점 다른 그 친구들의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언행에 불쾌함을 느낀다.      


  학창 시절에는 뭉쳐 다니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자기 자신의 생각보다 친구들의 눈치를 보는 아이들, 혼자 남게 되는 것이 두려워 부당한 일에도 아무 소리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책에서 단톡 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폭력들에 대한 묘사가 없어 오히려 좋았다. 다현이가 그런 일까지 겪었다면 마음이 너무 아팠을 것 같다. 기피하던 친구를 영입하며 자신을 멀리하는 다섯 손가락 친구들을 대하는 다현이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학급에서도 뭉쳐 다니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룹에 속한 이들은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주어야겠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좋았던 것은 우동 가게를 하시는 어머니께서 클래식 팬이라 가게에서 오페라나 클래식 곡들을 튼다는 것이다. 덕분에 다현이도 그런 음악들을 즐겨 듣고, 블로에 음악 리스트로 올리기도 하는데 남들이 진지충이라 부르는 것에 민감해하던 다현이가 나중에는 비밀 블로그를 공개로 전환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짝사랑 남학생, 새롭게 관계를 여는 친구들과의 설레는 만남과 어색한 친구 사이에 대한 그녀의 대처방법은 책이 아닌 주변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실감 났고, 마음속으로 다현이를 응원하고 있음을 느끼며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      


  남들의 시선에 자신을 내려놓기만 하는 것보다 당당하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는 학교생활을 하라고 나도 반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반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을 통해 보다 나은 우정을 엮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P.S. 작년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공주여행 때 신동엽 문학관에는 들르지 못했는데 다시 가게 된다면 꼭 가 보고 싶다. 이 책에서 다현이의 어머니가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고 나온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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