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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26. 2021

풍요로운 삶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학년 온 작품 도서를 하나씩 읽는 중이다. 이번에는 그림책을 골랐다. 그림도 있고, 내용도 짧아 저학년용 같아 보이는데 왜 ‘초등 고학년을 위한’이라는 말이 붙었는지 궁금했다.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음악가나 작가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인가보다.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고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청소부의 개념이 바뀌었다. 예전에 청소하는 일을 3D 업종으로 분류하며 기피하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의 환경미화원은 공무원과 함께 정년이 보장되고, 4인 부양가족 기준의 상당한 급여를 받는다. 청소 전문 업체가 등장하여 보다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독일이 배경인 이 책 속 청소부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출근해서는 열심히 일하고 이후의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음악회에 가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역시 이 나라에도 교수에 대한 시선이 좀 더 나은 것을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청소부가 행복한 이유,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이유는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거나 남들의 기준대로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부는 우연히 자신이 늘 일하는 거리의 이름들에 대해 궁금한 마음이 생겼고, 음악가와 작가 중 음악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고 음악회와 오페라 공연을 알아본 후 입장권을 사고 좋은 옷을 입고 관람을 했다. 음악가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다음에는 도서관에서 작가들의 책을 빌려 읽는다. 그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고 음악은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시를 읊으며, 가곡을 부르고 소설 이야기를 하며 표지판을 닦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청소만 하는 청소부’가 아닌 ‘노래하고 시를 읊는 청소부’가 신기했던 것이다. 점점 유명세를 타는 청소부. 하지만 그의 결정이 놀랍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인 것 같다. 청소부가 자신이 할 일을 성실히 하고,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여가 활동이 업무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직업인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뒤늦게 음악을 배우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바이올린 하는 약사, 첼로 하는 의사, 플루트 부는 회사원 등 수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직업, 혹은 바쁜 육아 중에도 틈틈이 연습하고, 레슨 받고, 음악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아 왔다. 삶의 활력소다. 청소부가 만약 음악가나 작가들을 접하지 않고 청소만 계속했더라도 불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익히면서 그는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럼에도 남들이 선망하는 교수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야망이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청소부의 이 결정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결정을 하는 일,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https://www.podty.me/episode/15528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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