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
이 영화를 설 연휴 동안 두 번 보았다. 평점이 높지 않아 기대 없이 혼자 먼저 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가족과 한 번 더 보고 왔다. 액션 누아르는 보통 남자가 주인공이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시대물이기도 하고 여성이 주인공이라 독특하다 느꼈다. 담배 장면이 많고 너무 멋있게 그려져 있어 혹시 청소년들이 흉내 내고 싶어질까 걱정되긴 했지만 두 번 봐도 재미있는 영화였다.
1933년 일제 강점기가 배경인 이 영화의 원작은 중국 소설 ‘풍성’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혹시 번역된 책이 있나 하고 검색하니 아직 번역본이 없는 중국어 원서만 팔리고 있어 아쉬웠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중국 스파이가 활약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그들도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해 일할 거라 생각하면 좀 섬뜩하기도 하다.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독립투사라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위해 싸우는 이들도 있지만 시대에 편승하여 호의호식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독립은 없다며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이도 있었으리라. 이도 저도 따지지 않고 자신만의 안위와 영달을 바라는 이도. 이들의 모습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성이 멋지게 그려진 이 영화의 감독 이름이 여성스러워 여자 감독인 줄 알았는데 상남자 스타일의 감독님 사진이 영화 소개 페이지에 있었다. 허구적인 면이 많긴 하지만 멋진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는 언제든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