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몇 분에 일어났다. 오늘은 딸과 단둘이 처음 여행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새벽 비행기 놓칠까 봐 알람을 맞췄는데 울리기도 전에 깬 것이다. 일본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해외여행은 별로 내키지 않아(요즘 귀차니즘이 심해졌다) 제주에 가기로 했다. 사려니가 그리웠다. 딸과 사려니를 걷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었다.
며칠 전 딸과 항공권을 예매하고 호텔을 예약하면서 엄청 설레었다. 혼자였으면 여성 전용 호스텔을 예약했을 텐데 둘이라 조식이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첫날과 마지막 날은 공항에서 가까운 곳, 둘째 날은 서귀포에서 묵기로 했다. 오랜 검색으로 항공권과 숙소를 비싸지 않은 데로 잘 골랐다. 나는 사려니만 가면 되기에 다른 건 딸이 가고 싶다는 대로 간다고 했다. 동선을 고려해 예쁜 카페와 맛있는 먹거리도 찾아보았다. 나는 해물뚝배기를 먹자고 했고, 딸은 딱새우회를 골랐다.
새벽부터 나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배낭 하나에 모든 짐을 다 담은 나는 여행 가방 가득 넣은 딸에게 옷을 많이 껴 입고 짐을 줄이라고 했다. 작은 일로 기분 상할 뻔했다. 남편은 말싸움으로 이길 수 있는데 딸은 못 이기겠다. 탑승 시간이 6시 40분인데 주차장을 놓쳐 늦을 뻔했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왕복 택시비가 주차비랑 비슷할 것 같아 그냥 차를 가지고 갔다. 새벽부터 주차장 차도, 공항 안 사람도 많았다. 다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딸의 짐을 부치고 탑승하면서 영상을 찍어주었다. 딸의 이번 여행의 큰 목적 중 하나가 예쁜 사진 많이 찍기다. 이번 나의 역할은 돈 내기와 사진 찍기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마냥 좋았다. 공항 안에서 지나다니는 승무원을 볼 때마다 딸이 너무 멋있다고 했다. 나는 너의 미래의 모습이라고 했다. 딸이 멋진 승무원이 되어 하늘을 나는 날이 곧 오겠지?
오늘 우리는 먼저 에월에 갈 예정이다. 협재에서 아침을 먹고 곽지 해수욕장에 갔다가 하이엔드 카페에 들른 후 3시에 호텔 체크인을 한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용두암에 가서 기념품 가게도 구경하고 저녁에는 해물라면이나 해물 뚝배기 혹은 동문시장에서 딱새우를 포장할 계획이다.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