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나와 바로 지인이 추천한 협재의 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무것도 먹지 않아 아침을 먼저 먹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딱새우회라고 알고 갔는데 가서 보니 딱새우 비빔밥이었다. 내 입맛에는 잘 맞았는데 해산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딸은 크게 감흥을 못 느끼는 듯했다. 오랜만에 보는 제주 바다가 예뻤다. 바로 곽지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바람이 불어 엄청 추워 오들오들 떨면서 딸 사진을 많이 찍어 주었다. 바다가 예뻐서인지 모델이 예뻐서인지 사진들이 잘 나왔다.
해변을 나와 가기로 했던 카페로 향했다. 원래 거기서 점심도 먹을까 했었는데 아침을 너무 많이 먹어서 카페만 들렀다. 바다가 잘 보이는 예쁜 카페였다. 디카페인 우도 땅콩 라떼를 먹으며 한참을 앉아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수다를 떨었다. 아직 시간이 좀 있어서 근처에 있는 감귤 체험 농장을 검색했다. 다른 곳은 지금 감귤 체험 중단 중이라고 나오는데 하례농장이라는 곳은 전화했더니 운영 중이라고 하셔서 그곳으로 갔다.
도착해서 보니 추운 겨울에도 운영 중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형 비닐하우스였다. 그곳은 귤은 그냥 막 따먹을 수 있고, 한라봉은 3Kg 한 박스를 직접 따 가는 대신 3만 원을 내야 했다. 둘이 귤을 먹으려면 5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하셔서 35000원을 내고 들어갔다. 한라봉 따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한라봉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 있었다. 한라봉을 먼저 땄다. 큰 걸 주로 고르는 바람에 금세 무게를 다 채웠다. 딸 사진을 또 많이 찍고 귤을 까먹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새콤달콤한 크고 딱딱한 귤이었다. 품종 이름은 모르겠지만 너무 싱싱하고 맛이 좋아서 많이 먹었는데 딸은 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조금만 먹었다. 이런 귤은 시중에서 살 수도 없겠다 싶어 한 봉지만 사 갈 수 있나 하고 주인 분께 여쭸더니 다음 이용객을 위해 팔 수는 없고 몇 개 따 가라고 하셔서 여섯 개를 담았다. 호텔이랑 이동 중에 까먹을 생각을 하니 행복해고 주인 분께 너무 감사했다. 한라봉 박스는 딸의 남자친구에게 갈 예정이다.
나와서 바로 호텔로 이동했다. 3시 반쯤 도착해 짐을 풀고 푹 쉬었다. 요즘 저렴한 곳만 찾아다닌 호텔 중 가장 좋았다. 딸은 쪽잠을 잤다. 저녁이 문제였다. 미리 검색을 해 보지 않았고, 내 기억에 맛있었던 집에서 해물뚝배기를 먹을 생각으로 나섰다. 내비게이션을 잘못 찍어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돌아와 겨우 찾았다. 딸은 배가 고프다며 재촉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비린내가 좀 났다. 엄청 맛있는 집인데 딸이 비린내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자고 했다. 너무 죄송하고 아쉬웠지만 즐거운 저녁 식사를 위해 양보했다. 그새 폭풍 검색을 해서 제주 흑돼지를 파는 호텔 근처 음식점에 들어갔다. 매캐한 연기가 불쾌했지만 사람이 많아 맛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볶음밥도 먹자고 했는데 둘 다 먹는 양이 줄었는지 고기도 다 먹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에 뭐라도 시켜 먹을까 했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그냥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