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이 강화인데 강화 여행은 많이 하지 않았다. 연휴를 맞아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김에 문수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매주 산을 찾고 있는 남편의 아이디어였다. 산보다는 평지를 좋아하지만 숲은 좋아해서 산림욕장에서 책을 읽을까 하고 따라나섰다가 등반을 같이 했다.
등산화가 없어 운동화와 핸드백 차림으로 올랐다. 계단이 많아 계양산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 경사 낮은 산길도 있고 대부분 나무 그늘이라 오를만했다. 10월인데도 날씨가 꽤나 더워 땀이 났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땀이 식으며 시원한 느낌도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고즈넉하니 좋았다. 사진도 찍으며 쉬엄쉬엄 다녀오니 왕복 2시간 반쯤 걸렸다. 등산로 옆 돌로 쌓은 산성이 멋졌고,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도 좋았다.
내려오면서 등산화를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원래 산은 내려올 때 무릎이 아파서 잘 안 갔는데 최근 두 번의 산행에서는 다녀온 후 종아리가 아프긴 했지만 무릎은 괜찮아서 앞으로 또 가도 될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 산이 부른다고들 하는데 나는 아직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은 산보다 평지가 좋다. 산길에 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운동화를 보니 평지 걸을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신발이 있으면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