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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02. 2023

제주 셋째 날

오마카세와 우도

시간은 지나고 생각하면 빠르지 않은 적이 없다. 처음 제주에 올 때만 해도 긴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사흘이 지나버렸다. 이번에는 조식을 느긋하게 먹고 체크아웃할 때까지 호텔에서 쉬었다. 조식을 조금만 먹었어야 했는데 맛이 좋아 또 많이 먹어버렸다. 내 생일이어서 딸이 오마카세를 예약해 두었다. 태어나서 오마카세를 먹어본 적이 없어 설레었다. 아침을 너무 많이 먹은 데다가 12시 예약이어서 다 먹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주변과 어울리는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안에 들어가니 별천지였다.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고, 음식 냄새도 좋았다. 입구가 낮아 딸이 머리를 부딪혀 너무 놀랐다. 걱정을 해야 하는데 딸이 웃으니 자꾸 웃음이 나왔다. 혹이 날 정도로 퍽 소리가 났었는데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었다.


디저트까지 여섯 종류의 음식이었는데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저녁은 두 배 비싼데 점심이라 생각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고, 아침 많이 먹은 나에게 양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계속 딸과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스파게티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는데 내 입맛에 딱 맞았다.


특별한 점심을 먹고 도착한 곳은 성산포항이다. 친구들과 몇 개월 전 제주 여행을 하면서 다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우도에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제주를 정말 많이 왔지만 우도는 처음이었다. 같이 바이크를 타기로 했는데 그게 걱정되었다. 오토바이 종류는 강원도 산악오토바이 외에는 타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도로 가는 배에 사람이 정말 많다 싶었는데 오토바이도 차도, 자전거도 많아 미숙한 운전에 빠르게 다니기가 어려웠다. 주차비를 받는 곳들이 있어 우리가 가기로 한 카페 앞에서 한 번, 그리고 바닷가 초원에서 한 번 이렇게만 정차했다. 해변이 예뻤던 바닷가 카페에서 우도 땅콩 아포가토를 먹었다. 아이스크림도, 땅콩도, 에스프레소도 모두 맛이 좋았다. 한참 앉아 있다가 나와서 초원에서도 사진을 찍고 마지막 배 놓칠까 하여 부지런히 빌린 곳으로 돌아왔는데 거꾸로 왔더니 어디에서 빌렸는지 찾을 수가 없어 로터리에서 잠깐 섰다가 다시 엉뚱한 곳으로 출발했는데 우리 뒤로 차가 계속 따라오는 것이었다. 유턴할까 했던 건데 할 수 없이 골목으로 꼬불꼬불 도망갔다. 결국 어느 정비 회사에 들어가 멈췄는데 차가 거기까지 따라왔다. 알고 보니 그곳에서 빌린 차였다. 그곳 직원이 내 오토바이 문을 열더니 손잡이를 잡고 운행을 했다. 주변에 사람도 차도 많았는데 너무 빨리 움직여 부딪힐까 봐 소리를 질렀다. 뒤에 앉은 딸이 멀미 난다고 계속 이야기해서 신경이 쓰였다. 겨우 빠져나와 빌렸던 곳을 찾아 반납했는데 기운이 쭉 빠졌다. 나중에 보니 우리가 빌린 바이크가 가장 오래된 게 아니었나 싶었다. 처음에 빨간 바이크를 준다고 했는데 흰색이 예뻐 보여 맨 뒤에 있던 걸 고른 것이었다. 핸들 돌릴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속도 계기판은 고장이었으며 전체적으로 너무 노후되어 있었다. 그 핑계를 대며 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우도 갈 때는 바깥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추워 돌아올 때는 실내에 앉아 왔다. 예전 피난민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신발을 벗고 앉았는데 바닥이 따뜻하니 몸도 마음도 녹는 것 같았다.


호텔에 가기 전에 바다 색이 예쁘다는 김녕 해수욕장에 들렀다. 아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바다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착했더니 모래가 입에 들어갈 정도로 바람이 세찼다. 예쁜 바다 사진을 찍고, 해변까지 내려가 딸의 사진을 찍는데 바람이 너무 세어 몸이 흔들리고 손이 바로 얼 것처럼 차가웠다. 사진만 찍고 바로 차로 이동했는데 바람이 우리 등을 밀어주어 빨리 올라올 수 있었다. 매 순간이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계속 웃었다.


호텔에 돌아오니 첫날 묵었던 곳이라 그런지 마음이 편안했다. 첫날 방보다는 조금 덜 예뻤지만 괜찮았다. 모래바람에 찌든 몸을 씻고 선물을 사러 나갔다. 딸이 배가 너무 고프다고 해서 가는 길에 먹을 김밥을 샀다. 닭강정과 콤비인 독특한 김밥이었다. 마지막 날 맛난 걸 사 주려고 했는데 결국 김밥을 먹었다.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차에서 김밥을 먹으며 선물가게로 향했다. 용두암 옆 선물가게에 가서 오메기떡과 초콜릿을 사고 지인들에게 줄 핸드크림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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