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헌과 경포해변
제주는 딸과만 다녀와 미안한 마음에 남편과 강릉 여행을 하기로 했다. 기억에 강릉을 여행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설레었다. 강릉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속초는 여러 번 다녀왔는데 강릉 바다는 기억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 어릴 때 남편 친구와 다녀왔던 바다가 바로 경포 해수욕장인 걸 뒤늦게 들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따라다니느라 간 줄도 몰랐는데 딸을 잠깐 잃어버리고 파도에 휩쓸린 건 아닌지 미친 듯 찾아 헤매었던 바다가 바로 경포 해수욕장이었다니.
강릉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은 1년 전 출판사로부터 받은 골목길 역사 산책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부터이다. 강릉에 허난설헌 기념관이 있다는 걸 알고 가고 싶었다. 뛰어난 여성이었지만 조선시대에서 고난을 받은 여성의 삶이 궁금했다. 오죽헌도 한 번도 안 가본 곳이라 율곡 이이와 어머니 신사임당의 자취도 찾아보고 싶었다. 유명하다는 순두부도 먹어보고 싶고 카페 거리도 갈 생각이었다.
느긋하게 준비하고 11시경 집을 나섰다. 2시 20분에 도착했으니 세 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금요일이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차가 막히지는 않았다.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처음 간 곳은 짬순이로 유명하다는 동화가든이었다. 책에 소개된 두 가게 중 하나였는데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있어 1시간 20분의 대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강릉고부순두부로 갔다. 사람이 안 보였다. 옛날 집 방 한 칸에 들어갔다. 순두부 전골과 모두부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간단하게 챙겨 오죽헌으로 갔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 따뜻한 점퍼를 챙겨 입고 오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율곡 기념관과 박물관까지 둘러보고 나오니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율곡 기념관에서 이이만 훌륭한 게 아니라 형제들도 다들 대단했다는 걸 알았다. 신사임당은 본인도 뛰어난데 자녀 교육도 참 잘한 것 같다.
다음에는 경포대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바다와는 또 다른 고즈넉함이 느껴져 아름다웠다. 바로 경포 해변으로 이동했다. 파도가 엄청 높은 너무나 멋진 바다였다. 그래서 강릉, 강릉 했구나. 추워서 옷깃을 여미면서도 한참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근처에서 먹을까 하다가 검색하고 평점이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밖에서 본 외관이 예뻤는데 사람도 많았다. 2인 세트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낮았는데 맛도 좋아 만족스러웠다.
카페를 찾다가 평점이 높은 곳을 발견했다. 디저트가 맛있는 곳이라고 했다. 둘은 디카페인 콜드브루를 시키고 프레즐과 와플을 샀다. 역시 맛이 좋았다. 야외를 지나 유리 온실처럼 생긴 곳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통과하는 길이 너무 예뻤다. 앉아서 책도 좀 읽다가 다시 나와 바다를 한 번 더 보러 갔다. 밤바다는 정말 운치 있었다. 사실 파도가 너무 높고 모든 걸 집어삼킬 것처럼 소리도 커서 살짝 무섭기도 했다. 밤에 호텔에 다시 오니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 골목길 역사 산책 리뷰
https://m.blog.naver.com/kelly110/222673968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