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강검진 때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못해 며칠 전 갔다가 갑자기 일일 수술을 하게 되었다. 자궁근종이 의심된다고 했는데 그건 아니고 몇 년째 벽이 두껍다고 했는데 그냥 지나갔다가 이번에 간단한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조직검사도 한다고 하는데 별 일 없을 거라 믿는다. 하루만 입원하면 된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책만 두 권 가지고 갔다. 조금 큰 병원 원장님 집도라 기다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12시 수술로 되어 있어 12시에 책 한 권만 들고 수술실에 내려갔더니 책을 들고 왔느냐며 가져가 버리셨다.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한 게 한 시간 두 시간을 넘어갔다. 책을 좀 가져다 달라고 할 때마다 곧 들어간다고 계속한 게 두 시간이 넘어버린 것이다. 핸드폰도 놓고 왔고 밖에 나갈 수도 없는데 잠도 안 와서 방 안에 있는 글자란 글자들을 계속 모조리 읽었다. 활자중독 증세가 있나 보다. 책이라도 있었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아쉬웠다. 대기실에 들어온 다른 분들이 모두 수술을 하고 마지막 분이 들어갔을 때 책 좀 가져오겠다고 했더니 학생을 시키셨는데 이번에도 한참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드디어 수술실에 들어갔나 했는데 환자 진료가 있어 또 누운 채 30분 이상을 기다렸다. 누운 채 기다리는 건 앉아있을 때보다 힘들었다. 계속 간호사님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누워 있자니. 드디어 선생님이 오셨다. 오전에 들어갔는데 밤에 퇴원했다. 환자가 많은 건 실력이 좋다는 의미이니 잘 된 것일 텐데도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책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어제는 피부과도 다녀오고 곧 대장내시경도 생애 최초로 해 보려고 한다. 그동안 몸을 돌보지 않고 너무 바쁘게만 지냈는데 요즘은 정말 게으르게 푹 쉬고 있다. 잠도 많이 자서 안 꾸던 꿈도 꾼다. 오늘은 좀비를 피해 다니는 꿈을 꾸었다. 곧 다시 팽팽한 삶으로 돌아갈 텐데 많은 쉼이 도움이 되기를.
이번에 학교 만기가 아닌데도 다른 학교에 가는 일반 내신을 한 번 내 보았었다. 그 학교가 만기자로 다 채워졌는지 나는 가지 못했다. 한편으로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남은 학년인 3학년에 학교폭력 담당 교사가 될 예정이다. 학교폭력이 없기를 기도해야겠다. 3학년은 너무 오랜만이다.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니 여기저기 몸 아픈 나를 요양시키시려는 뜻으로 알고 아이들과 즐겁게 한 해 보내야겠다.
어제는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맡았던 아이들이 찾아온다는 전화를 받았다. 개구쟁이였던 소년의 목소리가 어른 목소리여서 정말 놀랐다. 전화번호가 바뀌어 어떻게 연락했는지 궁금했다. 당시 우리반 10명 정도가 함께 다음 주에 오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하는 6학년이라 힘도 들었지만 정말 고군분투했던 한 해여서 엊그제 일들처럼 지금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아이들 음료수라도 준비했다가 반갑게 맞이하고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