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장 선종 제거 수술로 입원 했다 퇴원 후 안내 사항에 사흘 간은 죽을 먹어야 한다고 되어 있어서 죽을 사 먹을까 하다가 냉동실에 있던 닭 안심이 생각나 닭죽을 끓여보기로 했다. 원래는 삼계탕 재료와 깐 마늘을 같이 넣고 만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있는 재료로만 하느라 안심과 찹쌀, 그리고 녹두만 넣었다. 맛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너무 좋았다. 오래 푹 끓였더니 안심이 풀어져 파는 죽보다 맛있게 되었다. 가족 모두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는 어느 책에선가 보았던 새우젓죽을 끓였다. 처음 해 보는 거라 유튜브 영상을 찾아 만들었다. 새우젓 죽은 영상이 몇 개 없었는데 쉬운 버전으로 했다. 새우젓과 마늘을 참기름에 볶다가 밥과 물을 넣고 끓인 다음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 넣으면 된다.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데워 가며 닭죽과 새우젓죽으로 이틀을 먹었다.
집에 있던 감자를 이용해 수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원래는 버터에 양파와 감자를 볶다가 물을 넣고 끓여야 하는데 기름기가 아직은 안 좋다고 해서 포도씨유만 조금 두르고 볶다가 물을 붓고 끓였다. 조금 식혀 믹서로 갈고 우유와 치즈를 넣어 마무리했다. 원래는 생크림을 넣으면 좋은데 없어서 그냥 있는 재료로만 했는데도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마지막에는 호박죽을 만들었다. 호박은 없어서 남편에게 사 오라고 부탁하고 호박을 물 넣고 믹서에 간 후 찹쌀과 함께 한참 끓였다. 설탕과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꿀을 좀 넣었다. 이렇게 죽을 한 번도 사 먹지 않고 사흘을 보냈다. 죽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쉬웠다.
내친김에 유튜브를 보고 짜글이도 만들어 보았다. 감자와 양파, 파를 먹기 좋게 썰고 돼지고기와 양념(진간장,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을 볶다가 야채를 넣고 잠깐 함께 볶고 물을 부어 졸이면 된다. 원래 청양고추도 넣는 건데 아직 회복기라 뺐다. 첫 밥을 짜글이와 함께 먹었다.
간단한 시술이지만 어쨌든 약한 십이지장에 상처가 있는 거라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건강의 소중함을 느꼈고, 앞으로는 음식을 더 조심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쁘고 시간 없더라도 냉장고 재료들을 소진하도록 열심히 요리를 해야겠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의 일환이다. 동토였던 냉동실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