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십이지장에 선종이 있어 제거해야 한다며 대학병원에 가라는 말을 듣고(발견한 게 다행) 다니던 병원에 가 진료받고 수술 날짜를 잡고 2박 3일 일정으로 입원을 했다. 아이들 낳을 때 이후로는 입원이 처음이어서 북스테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네 권을 챙겨 병원에 들어왔다. 침대에 놓고 쓰는 책상도 들고 왔다. 무거운 책상을 가지고 돌아다니며 시선이 쑥스럽긴 했지만 2박 3일 동안 편하게 책을 읽을 생각을 하며 남들의 눈은 개의치 않았다. 첫날은 5인실 자리가 없어 2인실에 들어갔다. 넓고 쾌적하다고 생각했다. 화장실도 엄청 청결해서 호텔에 온 느낌이었다. 요즘 병원은 다 이렇게 시설이 좋은 것일까? 다른 곳에는 가보지 않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낯설 수 있는 입원 첫날을 쾌적하게 보냈다. 금액 차이가 많은 다인실로 이틀째 옮겨 왔다. 다인실이라 좁고 불편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2인실보다 공간이 넓어 편했다. 벽 쪽에 붙은 침대 자리가 기대기도 좋았다. 2인실에서는 작은 소리도 들릴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오히려 다인실은 통화나 키보드 소리도 덜 미안했다.
초저녁부터 다들 일찍 불을 끄셔서 나만 켜고 있으려니 죄송해서 천장 등을 껐더니 책 읽기에는 조금 어둡다. 2인실에 함께 있던 환자 분이 같은 방 건너편에 옮겨 오셨다. 목소리를 들으니 알겠다. 한 분은 많이 아프신지 진통제를 여러 번 맞고도 끙끙 소리를 내신다. 바로 옆 자리는 어머니와 딸이 있는데 아픈 어머니를 어찌나 구박하는지 커튼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듣기 민망할 정도였다. 어머니를 위한 잔소리이겠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하까지 섞어 말하는 딸과 한 마디 대꾸도 하지 못하는 어머니 사이에는 그간 얼마나 많은 오해와 사건들이 있었을까? 잔소리 많은 딸과 고집불통 엄마다. 하지만 어머니와 딸은 다른 이는 알지 못하는 끈끈함이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빵을 권하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더니 팔짱을 끼고 다닌다. 어머니에 대한 염려와 사랑이 빚은 사랑의 매였을까?
아프지 않은 걸 보니 수술은 잘 되었나 보다. 첫날 저녁 먹고는 물도 밥도 못 먹고 있어 배 고픈 것 외에는 힘든 게 없었다. 피검사를 여러 번 하고 심지어 새벽 세 시 반에도 피검사를 하고 엑스레이 찍으러 가느라 번거롭긴 했지만 견딜만했다. 새벽 병동이 그렇게 붐비는 걸 처음 알았다. 엑스레이 촬영 환자들이 휠체어에 탄 채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걸을 수 있어 바퀴 달린 링거 걸이를 가지고 가 앉아서 기다렸다. 혹시라도 장기에 구멍이 나지는 않았는지 보는 검사라고 했다.
5인실의 아침은 2인실보다 일찍 오는 느낌이다. 간호사님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고 씻는 소리도 들린다. 더 누워있을 수가 없어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발랐다. 샤워하고 싶었지만 주렁주렁 달린 링거 줄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밥을 먹지 못하고 있어 수술 전부터 링거 세 봉지를 동시에 맞고 있었다. 오전 회진은 담당이 아닌 분이 오셨다. 이제 물 드셔도 됩니다, 하는 말을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었다. 그 말 듣고도 한 30분 후에 물을 한 모금씩 삼켰다. 퇴원 전 담당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이 12시에 예약되어 있어 링거를 떼고 옷을 갈아입고 먼 길을 천천히 걸어 진료실에 도착했다. 수술은 잘 되었으나 조직검사를 다시 해 보신다고 했다. 아무 일 없기를. 병실로 돌아와 첫 끼니인 미음(깨죽 맛이라 먹을만했다)과 계란찜, 그리고 비타민 물 같은 걸 감사히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고 퇴원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음식을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며칠간은 죽으로 먹어야 하고 커피나 홍차 심지어 코코아나 초콜릿 같은 카페인 든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 고춧가루나 후추 들어간 음식도 안 되고 특히 기름진 음식(삼겹살 등)도 먹으면 안 된다. 요즘 들어 내시경 받으면서 자주 굶었더니 살이 3킬로 정도 빠졌다. 예전에는 빼고 싶었는데 막상 빠지니 걱정되기도 한다. 입원한 2박 3일 동안 두 끼(하나는 미음)만 먹어서 1킬로가 더 빠졌다. 과식하면 안 된다고 하니 조금씩 자주 먹어야겠다. 왜 먹고 싶은 게 더 많은지 모르겠다. 태권도도 일주일은 못간다. 혹시라도 터질지 몰라 과격한 운동은 금물이라 하셨다. 관장님께 말씀드렸다. 간단하게 생각했지만 입원까지 해 가며 어렵게 한 수술이니 잘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