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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31. 2021

사회를 보는 눈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

  제목만 익숙한 이 책을 읽어보았다. 가벼운 에세이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쉽지 않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 내려간 요즘 사회를 너무나 정확히 파악하고 진단하는 그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은 처음이어서 저자에 대해 찾아보았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를 피해 소련에 갔다 바르샤바로 돌아와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해 바르샤바 대학교의 교수로 있었다. 공산당 주도의 반유대 캠페인 동안 국적을 박탈당한 후 영국에 정착했다. 개인의 인생으로 보자면 우여곡절과 아픔이 많은 삶이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를 출판한 이후이고, 이후 30여 권의 책을 출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대, 그 원인은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는 온라인 덕분이다. 과거의 우리는 ‘심심하다’는 말을 자주 썼던 것 같다. 전화로 ‘심심해, 뭐 해?’하고 물으며 대화를 시작하거나 혼자 말로도 ‘심심하다, 뭐 재미난 것 없을까?’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심심할 틈이 없다. 하루에도 열두 번의 열두 번도 더 핸드폰을 쳐다보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이 올라왔는지 보는 일을 하느라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하나 보려면 손꼽아 기다려 영화관을 찾았던 것에 비해 손가락만 까딱하면 재미난 영화들이 쏟아지는 세상이 되었고, 젊은 세대들에게 게임은 대화의 필수요소가 되기도 했다.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진 우리는 힐링하는 시간을 내어 조용한 장소를 찾는 것이 로망이 되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한 중학생이 핸드폰을 비닐에 싸서 화분에 묻고 며칠을 지내는 것을 보았다. 핸드폰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편리함과 남들과의 연결성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왜 고독이 필요할까? 바우만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치며 그것은 사람이 생각을 ‘그러모아’ 숙고하고 반성하고 창조하는 능력, 그 마지막 단계에서 타인과의 대화에 의미와 본질을 부여하는 능력에 바탕이 되는 숭고한 조건을 잃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자신이 그런 것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21쪽)


  사회가 변화하면서 문화 전반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런 변화들을 걱정만 하기보다는 사회를 보는 정확한 눈을 키워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 속에 나오는 내용 중 너무 일찍 어른이 되는 아이들에 대한 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우리나라보다 아마 외국의 사례는 더 심할 거라 생각된다. 영상이나 SNS로 아이들은 일찍 어른들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상업주의는 아이들에게 더 갖고 싶고,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게 되고, 아이들은 동심을 빨리 잃어버리는 것이다. 소비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저자의 글을 통해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해 오던 일들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 변화로 급증한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더 만연한다고 한다. 그 결과는 사회 범죄로 이어진다. 불평등의 최고봉은 미국이고 최하위는 일본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137쪽) 이웃도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의 가난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변의 누군가가 짧은 기간에 일확천금을 얻었다면, 아니면 땅이나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평등은 사회 병폐를 키우는 원인이며 결국 우울증의 증가로 이어진다.


  바우만은 44편의 편지들 중 세 편이나 할애해서 교육이 푸대접받고 있다고 말한다. 어제의 진리가 오늘의 엉터리가 되는 세상에서 교육은 방향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현대 사회를 유동하고 휘발한다고 이야기하였다. (150쪽) 견고하게 이어져 내려온 교육, 기억력이 자산이었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 가치 있는 능력이었던 시대에 비하면 오늘날은 오히려 그 기억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혼란을 낳는 경우가 많으며 게다가 쓸모없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151쪽) 하루가 다르게 첨단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 사람들은 학교에서 뿐 아니라 평생을 배워나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육자들은 과거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며 새로운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일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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