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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pr 02. 2021

작지만 소중한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만 스튜디오)

  아침마다 반 아이들과 책을 읽는데 한 아이가 이 책을 가지고 왔다. 그림이 그 아이를 닮아 귀여웠다. 서점에서 직접 골랐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더 애착을 느끼는 것 같았다. 책을 읽고 또 읽더니(그림과 여백이 많아 금세 다 읽는다) 친구 한 명에게 빌려주고는 다시 받아 또 읽고, 사물함에 두고는 했다. 수업 후 아이들 몇 명이 남아서 다음 주에 있을 우리끼리 작은 발표회 연습을 했는데 정신없는 와중에 이 책을 가져와 한번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다. 사실 그전부터 내용이 궁금했던 터라 고맙다고 얼른 받았다.


  그림이 굉장히 귀엽고 아기공룡 둘리를 연상케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아마도 서른 살 즈음의 프리랜서의 일상이 그려져 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스스로 출근 시간을 정해 업무를 시작하고, 간단한 아침과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듣는 여유를 즐긴다. 집에서 늘 일하는 그의 일상이 한편 부럽기도 했다. 집안일에 서툴어 세탁전문가를 이용해 빨래를 하고, 외로울 때는 친구들을 불러 놀기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모습이 보인다. 책 제목처럼 조그마하지만 소중한 존재라는 것, 잘 하는 것은 없지만 잘 못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한편으로 자신도 우주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는 위대한 우주와 연결됨을 느낀다.


  밤이면 기타를 튕기며 금붕어처럼 노래를 부르는 여유를 즐기기도 하지만 마감을 앞두고는 친구의 연락에 답할 새도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떠올리고, 공기 같은 친구의 존재에 감사하고, 백조를 꿈꾸는 오리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여행이며, 그 여정 동안 동료를 만나 함께 걷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며, 재미있는 구경을 하기도, 고난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에 공감하였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택시 운전사가 건넨 껌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작고 소중한 일상을 보며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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