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좋은 직업 (권남희)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이 예쁘게 꽂힌 사진은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인가 했더니 번역가의 이야기였다. 번역본을 읽을 때 역자가 누구인지 눈여겨보지 않아 이름이 생소하다 느꼈는데 그동안 유명 작가들의 책을 굉장히 많이 번역해 왔다. 몇 년 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도 이분의 역작이었다.
이 책은 번역가이자 한 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에세이다. 소설가들의 수필을 좋아한다. 글솜씨가 남다른 이분의 에세이도 무척 재미있었다. 변명이 필요할 때, 혹은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을 때 가끔 높임말 문장을 섞는 것이 귀여워 보였다.
번역가는 작가와 다르게 기본 텍스트가 있고 그것을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맛있게 요리한다. 창작의 퍼센티지가 다르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번역 후 원고 매수에 대한 금액을 돈으로 받는다. 이 책을 통해 책이 잘 팔려 수익이 많을 때 인센티브가 있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돈으로 착한 딸과 오순도순 살고 있다. 딸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글만 써 돈을 버는 엄마를 굉장히 부러워했다고 한다. 결국 딸도 비슷한 전공을 택했다.
일본 문학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어서 책에 소개된 내용들 중 무라카미 하루키나 마스다 미리와 같은 유명 작가 외에는 잘 모르는 책이나 작가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오래전에 읽었던 미우라 시온의 ‘책을 엮다’가 이분의 역작이었음을 알고 반가웠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전 편집 직원들의 열정이 느껴졌던 책이었다. 원작도 중요하지만 번역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책의 감동이 달라진다는 걸 생각하면 이분이 번역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진다.
젊은 시절 일본 서점에서 번역할 만한 책들을 골랐다는 내용이 나온다. 보석 찾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무턱대고 사기보다 미리 연락해 번역이 가능한지 물어봐야 한다는 걸 그녀는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다. 원작과 컴퓨터가 있다면 작업이 가능한 직업이라는 게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번역 오류를 피하기 위해 그 나라의 문화나, 언어가 가진 뉘앙스를 잘 알아야 하는 중압감도 있을 것 이다.
일찍 일어나 많은 작업을 하리라 다짐하지만 작은 집 안에서도 작가를 유혹하는 건 너무나 많다. 재택근무자들의 장점이자 단점일 것이다. 이제 책까지 여러 권째 쓰고 있으니 할 일은 더 많아졌겠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의 작품을 한국어로 옮겼으니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지면에 담을만하다 생각한다. 궁금했던 번역가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 좋았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그녀가 번역한 다른 책을 빌려 왔다. 작가가 쓴 다른 에세이도 읽어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