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다. 처음에 반쯤 읽다 가방에 넣어둔 채 다른 가방을 들고 다니느라 잊고 있다 다시 꺼내어 읽었다. 앞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읽었는데 책 내용이 방대하진 않고 사진도 있어 금방 넘어갔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추구하는 삶에 대해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놀랐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나의 어설픈 미니멀리즘적 사고를 그녀 역시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몸이 아프기도 했거니와 싱가포르에서 지낸 시간 동안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와 나는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았다. 고즈넉한 곳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숲을 거니는 것도 좋아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물건을 적게 사려고 노력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건강한 한 끼를 우선시하는 것도 닮았다. 크리스찬이기도 하다. 심지어 그녀는 첼로를 배우고, 이달의 블로그도 나처럼 두 번 선택되었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배워야 할 게 많다. 작은 집, 작은 냉장고, 작은 옷장에 그녀는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갖추고 아끼며 살고 있다. 아직 나는 가진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스터디 카페에서 이 책을 읽다가 마음이 동하여 얼마 전부터 바꾸고 싶어 했던 소파와 식탁 배치를 바꾸었다. 그동안 소파는 주방에, 식탁은 거실 한복판에 두었었는데 식탁을 주방 벽에 붙이고 소파는 다른 집과 다르게 90도 꺾어 주방을 바라보게 배치했다. 식구에 비해 방이 적어 둘째가 거실에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실의 반은 둘째 방으로 사용한다. 그래도 배치를 바꾸니 거실이 넓어 보이고 소파로 인해 공간 구분이 더 확실해졌다. 성공이다.
거실 책장에 여러 물건들로 진열된 우리 집과 다르게 저자의 집은 화분 하나, 물건 하나 있다. 그러면 책장은 왜 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공간을 비움으로 인해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요즘은 교실도 책상 위에 물건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침에 출근할 때 기분이 정말 좋다. 예전에는 편리함을 위해 책상 위에 갖가지 물건을 올려두었지만 지금은 바로 꺼낼 수 있는 서랍을 옆에 두고 탁상달력을 제외한 모든 물건을 서랍에 넣어 보관한다. 교실에 누가 불쑥 찾아오는 것도, 집에 손님이 오는 것도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언제 누가 와도 맞을 준비가 된 느낌이랄까? 어쨌든 이런 여유로움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겨울이 가고 봄이 다가오니 옷장 속 내 손을 거치지 않았던 옷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동안 바람이 솔솔 지날 정도로 여유로웠던 옷장이 다시 빽빽해졌다. 요즘은 아름다운 가게나 그런 곳에 깨끗한 옷이나 그릇 등을 보내면 돈으로 준다는 말도 들었다. 그릇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린 적도 있는데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것은 다른 이들이 쓸 수 있게 보내는 것도 좋겠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이 삶의 모든 순간을 충실히 사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미래에 잘 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하고, 누군가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자립이다. 청년들만 자립할 것이 아니라 나이에 상관 없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자립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지만은 않을 것이므로 자녀에게 너무 집착해서도 안 된다. 의미 없는 모임도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나에게 그런 모임은 없을까? 지금 참여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나에게 행복을 주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지만 그럼에도 버거울 때가 있다. 이번에 그중 하나를 줄였더니 주말이 여유로워졌다.
저자는 쉼을 중요하게 여긴다. 책의 문단 사이에 줄 띄움이 있어 책에서조차 쉼표가 느껴진다. 저자는 ‘쉼표’를 집중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 성실하되 잠시 쉬어가는 것, 열심이되 강박을 벗어나는 것이라 하였다.(146쪽)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닮았다. 비움에 집착하거나 강박을 갖게 되면 그로 인한 여유보다는 또 다른 불안이 생길 것 같다. 단순한 생활을 즐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쉼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저자의 블로그를 찾다가 이 책의 리뷰가 어마어마하게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한 분은 이 책을 가끔 꺼내 보며 힐링한다고 하였다.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욕심이 생길 때, 분주하여 조급해질 때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녀가 추구하는 삶처럼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