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by Kelly

어제는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었다. 일찍부터 무슨 수업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잘하는 역할극 수업도 재미있을 것 같고 다른 반 선생님들이 하시는 창의적 체험활동 ‘괜찮아’ 수업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수업이 국어이고 편지 다시 써서 발표하는 내용이어서 그냥 그대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수업 계획을 그렇게 세웠다. 수시로 발표를 하고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부모님들이 오시기 전부터 아이들이 들떠 있었다. 앞 수업인 수학이 조금 늦게 끝나 잠깐 화장실만 보냈다가 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수학시간부터 미리 와 계신 부모님들을 교실로 들어오시게 하고 미리 열심히 준비한 대로 수업을 이어 갔다. 아이들이 모두 발표를 해야 해서 앞부분을 줄이고 바로 편지 다시 쓰기를 했다. 아침에 미리 나눠준 편지지에 아이들이 전 시간에 썼던 편지를 꺼내어 글씨를 최대한 예쁘게 쓰느라 노력하는 게 보였다.


발표 시간이 되어 한 명씩 뽑기로 다음 순서를 골랐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쉬는 시간까지 발표를 해야 했다. 게다가 평소에 잘하던 한 아이는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졌고, 배경음악으로 깐 게 너무 슬펐는지 세 명이나 수업 후에 울었다. 반에 말을 잘하지 않는 아이는 처음에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마지막에 친구가 읽어주었고, 몇 명은 발표하기를 두려워해서 내가 읽었다. 수업이 끝난 후 회의 시간에 ‘괜찮아’ 수업을 하신 선생님들이 너무 편안하고 감동적인 수업이라고 하셔서 그 수업을 같이 할 걸 잘못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바로 다음 시간이 과학인데 늦어 데려다주고 내려와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좀 나눌까 했는데 잠깐 다녀오니 모두 가시고 안 계셔서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한 것도 마음이 찜찜했다.


오후 내내, 저녁까지, 아침에 일어나서도 모둠별로 나와서 발표하게 했으면 발표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쉬는 시간 동안 부모님이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었을 것이고, 아이들이 함께 나와 발표하느라 용기도 더 났을 텐데, 하는 여러 후회가 계속 밀려왔다. 물론 발표를 잘한 친구들도 많았고, 정말 감동적인 편지들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마음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있지는 않았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1년에 한 번뿐인 공개수업이 만족스럽지 못해 너무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크다. 한편 최선을 다해 편지를 두 번이나 쓰고 용기있게 발표한 친구들이 대견하고 고맙기도 했다. 남은 기간 동안에는 더 정성껏 수업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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