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 학기가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다니. 매년 학기별 한 번씩 하는 ‘우리끼리 작은 발표회’를 지난주 수요일에 했었다. 처음 하는 거라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고민하는 아이들도 있고, 3주 전 공지하기가 무섭게 신청서를 써서 내고 연습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수업 중 발표도 하곤 하지만 굳이 발표회라고 하는 이유는 교실의 한 부분이지만 ‘무대’라는 곳에서 ‘공연’한다는 약간의 부담을 위해서이다. 무대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내가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옷을 비슷하게 맞춰 입고 온 춤추는 아이들, 아침에 엄마가 해 주셨다고 화장까지 하고 온 아이, 마술도구 상자를 통째로 들고 온 아이, 바이올린을 수시로 갖고 와 연습하던 아이들... 준비하는 자세와 모습은 모두 달랐지만 아이들의 마음속 작은 부담감과 함께 설레는 마음은 점점 커갔을 것이다.
수요일 아침 2교시에 잠시 연습할 시간을 주고 바로 자리를 정리했다. 책상을 모두 뒤로 밀고 의자만 빼어 관객석을 만들었다. 칠판에 ‘작은 발표회’ 제목을 붙였다가 아이들이 꾸미고 싶다고 해서 한 장씩 나눠 주었더니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해 가지고 왔다. 이렇게 적극적이고 예쁜 아이들이라니.
발표 내내 아이들은 엄청난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친구들이 잘하든 실수하든 앞에 나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용기이니 박수를 많이 보내라고 미리 말하긴 했지만 아이들의 자연스레 터져 나오는 환호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두 차례 나와 공연한 것을 일일이 영상으로 찍고 중간에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가 목요일 저녁까지 편집을 해서 우리 반 자료 공유 사이트에 올렸다. 전체 다 넣기에는 용량이 너무 크고 길어질 것 같아 한 명당 30초 이내로 짧게 편집했다. 자녀의 전체 영상을 원하시는 분은 따로 메시지 주시면 보내드린다고 했다.
금요일, 음악시간에 아이들과 다시 보는데도 너무 재미있었다. 아이들도 쑥스러워하면서도 또 보자고 계속 이야기했다. 음악 수업 중 ‘동물의 사육제’가 나와 영상을 보여주다가 작년에 선생님도 이 곡으로 공연했었다고 하니 아이들이 보여 달라고 했다. 유튜브에 오케스트라 이름을 치니 그 곡은 없고 앙코르 한 것을 누군가 올려주신 걸 틀어 보여주었더니 진짜 선생님 맞느냐고 우르르 나오더니 나인 걸 확인하고 갑자기 ‘선생님! 선생님!’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는데 가슴이 쿵쾅거리며 아이들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흥분한 아이들을 가라앉히고 다시 수업을 이어 나갔다.
발표회를 통해 아이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아이들이 더 큰 용기를 얻은 것 같아 정말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