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빌렸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던 이 책을 독서 모임 덕분에 읽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의 작품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소한 이슬람 문화와 과거 세밀화에 대한 이야기여서 읽기 쉽진 않았다. 터키 이스탄불 태생인 저자는 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고, 오스만 제국 시대에 제작된 세밀화들을 따라 그리곤 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이 책이 오랜 숙원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짬짬이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고 결국 중고로 구입했다. 시작부터 죽은 이가 화자인 화법이 너무나 생소했다. 때로는 화자가 말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빨강 물감이 말하기도 한다. 모자이크 조각 같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줄기를 이루면서 이야기의 뼈대가 형성되고 점점 재미있어진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일지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다. 카라와 세큐레의 사랑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런가 하면 오스만 제국 시대의 낯선 문화를 접하는 것도 의미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태연하게 벌어지기도 하고, 결혼이나 가족 문화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난생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했다.
이 책이 왜 노벨상을 받았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밀화의 역사와 다른 나라 화풍의 유입으로 인한 변화,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 간의 보이지 않는 다툼을 세밀화 그리듯 정교하게 그려낸 것이 뛰어난 것 같다. 여러 화자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독특한 구성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세밀화를 연구했을지 노고가 느껴질 정도로 소설치고는 전문적이다.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완독 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