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독서’라는 책을 읽고 톨스토이의 책을 더 읽고 싶어 이 책을 빌려왔다. 대학원 다닐 때 베토벤에 대한 리포트를 쓰면서 톨스토이가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제목으로 하는 소설을 썼던 것을 알게 되어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크로이처 소나타는 톨스토이가 음악을 듣다가 영감을 받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같은 이름을 가진 르네 프리네의 유화 작품도 있다. 아마도 화가는 톨스토이의 소설에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 책에는 크로이체르 소나타 말고도 가정의 행복, 악마, 신부 세르게이 세 개의 소설이 더 들어있다. 네 소설은 이성에 대한 욕망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 가정의 행복은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나이 많은 남자를 서서히 사랑하여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제목과 다르게 결혼 이후 서로의 관계가 망가져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아름다운 아내와 소원한 사이로 있던 중 한 준전문가 바이올리니스트를 집으로 초대하게 되고 아내는 그와 연주를 하고 싶어 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의 말에도 끊임없이 둘의 관계를 상상하다가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마는 이야기로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의 범죄에 대해 들려주는 액자형 구성을 띠고 있다.
악마는 명망 높아 가는 한 남자가 결혼 전 건강을 위해 남의 아내와 관계를 갖고 결혼 이후 잊고 지내다가 갑자기 나타난 결혼 전 여성으로 인해 수많은 갈등과 번민을 겪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녀에 대한 관심과 이를 억누르려는 마음 사이를 오가는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잘 묘사했다. 신부 세르게이는 결혼하려는 여성이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던 황제의 정부였다는 사실을 알고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오랜 세월 은둔생활을 하며 금욕적인 삶을 살아가던 중 크고 작은 유혹이 그에게 찾아오는데 그에 대응하는 행동이 의외여서 놀랐다. 한때 폭력적이기도 했지만 오랜 기도 생활로 명망을 얻던 그는 할아버지가 되어 다시 속세로 돌아가 떠돌던 중 부랑자로 분류되어 농부의 개간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환자를 돌본다.
톨스토이의 책은 안나 카레니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 단편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등을 읽었는데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인간의 욕망과 신 앞에서의 삶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올바른 삶을 살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을 그의 고뇌가 작품들마다 엿보인다. 그런가 하면 방탕한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나 농민들을 생각하는 지주의 모습, 부인에게 거칠게 대하는 남자나 이웃을 위해 숨어 봉사하는 사람, 금욕적인 신부에 이르기까지 톨스토이의 단면이 조금씩 숨어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전쟁과 평화’ ‘고백’ 그리고 ‘부활’도 조만간 만나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h5RFeX_B9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