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와타나베 준이치)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글을 쓴다. 그동안 가방 깊숙이 넣어 다녔던 블루투스 키보드가 안 보여 폰으로 글을 쓰기도, 댓글을 달기도 어려웠는데 찾아서 너무 좋다. 잘 놓느라 가방 귀퉁이에 넣고 다른 가방을 들고 다니는 바람에 어디에 뒀는지 몰랐다가 얼마 전 결혼식 가느라 그 가방을 들었다 발견했다. 작은 것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조금은 둔감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둔감한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어렸을 때 ‘둔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그런 말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지만 주변에서 종종 듣게 된다. 그런데 한 글자 차이인데 ’둔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이 다르게 느껴진다. 둔한 사람은 눈치가 없고 대처 능력이 없는 사람인 것 같은데 ’둔감한 사람‘은 예민하지 않은 사람으로 조금은 긍정적인 느낌이다. 둔한 사람이든 둔감한 사람이든 남은 어떨지 몰라도 본인은 가장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외과 의사 출신의 저자는 과거 임산부의 출혈을 막기 위한 수술을 급하게 했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여성은 출혈에 남성보다 강하다는 예를 드는데 그것이 조금은 이상하게 다가왔고, 유부남과 사귀는 여성이 너무 예민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했다는 것도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다. 말 끝에 ’력‘을 붙여 온갖 말들을 만들어내는 것에도 사실 거부감이 들긴 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둔감한 것도 능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민감할 필요도, 때로는 그냥 보아 넘겨야 할 때도 있다. 무조건 둔한 것이 최고다, 아니면 민감하게 남의 필요를 채우려 노력하는 사람이 매력 있다, 이렇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그냥 넘기는 것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암에도 둔감함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고 하였다. 노심초사 병에 걸릴까 걱정하며 여러 가지 방편을 간구하는 사람과 나는 건강하다며 건강에 무심한 사람의 건강이 실제로 어떨지 모르겠지만 너무 신경을 많이 쓰면서 사는 건 피곤하긴 하다.
신경 쓸 일이 너무나 많은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둔감함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배가 고플 때는 예민해지고, 어떤 때는 굉장히 무감각하기도 하다. 냄새나 소리에는 민감하지만 그 외의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기도 한다. 사람마다 누구나 어느 면은 민감하고, 어느 쪽은 둔감한 것 같다. 둔감한 것이 부끄러움이 아니라 나에게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느긋한 삶을 살라는 것이 지은이의 충고인 것 같다.